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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한겨레신문 2007-01-12] 콘크리트 건물 숲속 통나무 동화나라

  • 콘크리트 건물 숲속 통나무 동화나라
    주민에 사랑받는 주택가 명물
    동화 작가 초청해 수시로 그림전
    어머니 독서토론·동화공부 인기

     

    ?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용암동 초롱이네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책을 보며 이야기 하고 있다.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청주 용암동 ‘초롱이네 도서관’

    어! 이런곳에도 도서관이 있네.

    충북 청주시 용암동에 있는 ‘초롱이네 도서관’을 찾는 이면 누구나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초롱이네 도서관은 아파트, 빌딩, 집들로 어지럽게 둘러 싸여 청주에서 가장 붐비는 신흥 주택가로 불리는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벽돌, 콘크리트 건물을 비집고 오롯이 선 통나무 도서관이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명물로 통한다.

    잠그지 않는 대문을 지나 ‘열려라 참깨’라고 쓰여진 문을 열면 동홧속 나라가 펼쳐진다.

    삐걱이는 나무 계단을 밟으며 2층 도서관으로 오르는 사이 벽에 붙은 삐뚤삐뚤한 글과 그림, 사진에 눈길을 주다 보면 이내 아이의 마음이 된다.

    2층 문을 열었더니 5500여권의 책 세상 속에 아이, 어른 구분없이 책을 보고 있다.

     

    초롱이네 도서관은 1999년 6월 청주 산남동 아파트에서 태어나 1년만에 용암동 둥지로 옮겼다.

    아파트 마을 아이 20~30명이 드나들던 곳에서 615명의 회원들이 책을 나눠 볼 정도로 규모가 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누구나 찾아 책을 보고, 놀고, 쉬어 간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원봉초등학교 학생들은 학기중 쉬는 시간에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놀다 간다.

    11일 오후 도서관을 들른 민경자 전 충북도 여성정책관은 “이 도서관은 마을의 축복”이라고 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아이들의 놀이터, 어른들의 사랑방에 가깝다.

    초롱이네 도서관은 살아있다.

    책속의 공룡·강아지·황소·돼지·토끼와 동화 <강아지똥>의 돌이와 흰둥이 등 책속의 주인공들이 책 밖으로 나오게 한다.

    동화 그림을 그려온 이억배·권윤덕·이태수·조혜란씨 등 작가들을 수시로 초청해 그림전을 열고, 영상 그림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작은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관람료 500원에 간식까지 내놓자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사랑까지 받고 있다.

    충남 부여·공주, 단양 등 역사 현장과 동화 속 마을을 찾는 이야기 여행과 체험 행사와 2000년부터 회원들이 주인공이 된 가을 동화잔치를 여는 등 문화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요즘은 어머니 독서 토론 수업과 동화 공부 모임 ‘시소’가 인기다.

    책을 읽고 나누면서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뜻에서 모임 이름을 시소로 정했다.

    오혜자(43)관장은 “논술이 부각하면서 책읽기도 경쟁에서 앞서고, 점수를 따려는 목적으로 치닫고 있다”며 “책읽기가 특권층의 혜택처럼 치부되는 부작용을 막고 좋은 책을 함께 나누려고 모임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이 동네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다”라는 말을 두고 가지만 그동안의 운영은 행복하지 못했다.

    빠듯한 운영비보다 낡은 나무벽 사이로 스며든 물기를 피해 책을 옮기고 말리느라 도서관을 쉬는 게 힘겨웠다.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 삼성, <한겨레>등이 추진하고 있는 희망의 작은 도서관 사업 시설 지원 기관에 뽑혀 올해는 말끔하게 단장을 해 비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안 관장은 “도서관은 책 속과 책 밖을 잇는 소통의 공간”이라며 “가족, 이웃이 더 편하게 쉬고, 공부하고, 느끼고, 노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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