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쌈짓돈으로 설립·운영까지
? 한들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김민자 사무국장(왼쪽)과 13일 자원봉사를 위해 도서관을 찾은 주부들. |
대구 지묘동 한들마을도서관
팔공산 자락인 대구시 지묘동에 자리잡은 한들마을도서관은 주민, 특히 아줌마들의 힘으로 세워진 도서관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한들도서관은 연회비 1만원을 내는 회원만 1200여명이나 된다. 마을 주민의 3분의 1이다. 장서수도 7500여권. 마을도서관치고는 적지 않다. 하루 이용자는 100여명. 방학이면 그 수는 두 배로 늘어난다.
상근자 한명 없지만 프로그램은 알차다. 개관 뒤부터 6, 7살 어린이에게 영어 동화를 읽어주는 ‘재미있는 영어교실’을 열고 있고, 중학생을 위한 일어교실도 진행된다. 매주 수요일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책읽고 이야기 나누기 교실’이 열리고, 지정 도서를 읽은 뒤 차를 마시며 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수요독서모임도 꾸려진다. 지난해 겨울방학 때는 독서교실을, 올 여름방학에는 독서연극교실을 열었다.
이 도서관의 자랑은 오로지 주민들의 힘만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도서관 설립을 제안한 이는 유정실(63·여) 관장. 지묘초교 교장으로 지난해 1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도서관 사무국장과 서기를 맡고 있는 김민자(47·여) 불로중 교사와 장영신(46·여) 관천중 교사를 비롯한 30명이 추진위원회를 꾸리면서 도서관 설립 운동이 시작됐다. 운동은 공산농협에서 서부지점 3층 60평의 공간을 무상으로 빌려주면서 속도가 붙었다. 추진위원들은 아파트를 다니며 600여명의 회원을 모았고, 장서는 물론 컴퓨터, 정수기 등 물품도 기증 받았다. 서가와 신규 도서는 유 관장이 낸 1000만원에다 50만원, 100만원씩 뭉칫돈을 낸 지역 주민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기증받은 책을 나르고 분류하고 서가를 꾸미는 등 모든 일은 추진위원들이 몸으로 때웠다.
한들도서관은 운영도 주민, 특히 아줌마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송영란(회계), 윤미경(자료 수집 및 도서 구입), 박현리(영어 교실), 김미경, 강혜윤, 이세나(책읽고 이야기 나누기 교실) 등 40명의 자원봉사자는 도서관의 주춧돌이다. 이들은 도서관 운영과 대출·반납 업무에서 행사 때 음식 장만까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주민들의 참여도 높다. 장영신 교사는 지난 5월에 열린 1돌 기념식 때 작은음악회를 열 때의 감동을 모두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동네 아파트 게시판에 음악회 참여 공고를 했더니 첼로, 가야금, 바이올린, 해금 등을 배운 아이들이 신청해 출연자가 확보됐고 앰프도 회원 한 분이 제공했습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적처럼 음악회를 열었지요.”
물론 운영은 힘들다. 지난 6월 공공사설도서관으로 등록했지만 지금껏 외부로부터 한번도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회비는 도서 구입비와 전기료 대기에도 모자란다고.
김민자 사무국장은 “어떤 주민들은 도서관 운영진이 시나 구청으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지원받고 있을 거라고 오해하고 있다”며 “그런 분들이 도서관을 찾아와 마치 관공서 공무원 대하듯 이런저런 요구를 할 때면 자원봉사자들은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