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읽는사회, 삼성, <한겨레>가 함께 펼치고 있는 ‘희망의 작은 도서관’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돼 새 단장을 마친 뒤 25일 문을 연 경기 가평군 상면초등학교 청우도서관 내부 모습. 사진 오른쪽의 복합문화공간 한편에 만들어진 다락방에서 학생들이 재개관 기념 영상물을 보고 있다. 도서관 바닥에도 참석자들이 편하게 앉아 같은 방향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농촌 학교의 가난한 제자들이 책으로 미래의 희망을 싹틔우길 바랐던 한 교사의 꿈이 꽃을 피웠다. 25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상면초등학교에서는 청우도서관 새 단장 행사가 열렸다. 청우도서관은 이 학교에서 처음 교단에 섰던 이인순 교사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퇴직금을 기탁해 1984년 만들어진 도서관.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책읽는사회, 삼성, <한겨레>가 함께 추진 중인 ‘희망의 작은도서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개관식 날 이 학교 아이들은 새로 만든 도서관을 구경하느라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웃음꽃을 피웠다. 4학년인 이수진, 한현경, 이혜경양은 빨간색 출입구를 지나 도서관에 들어서며 “너무 예뻐요”라고 소리쳤다. 5학년 강선구(12)군도 “도서관을 만들 때 시끄럽고 냄새가 나 수업을 밖에서 많이 해서 불편했지만 놀이터 같은 도서관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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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서관 한 켠에는 다락방과 함께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어 영화를 보거나 예술 행사를 발표하는 무대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출입구 쪽에는 청우도서관을 만든 고 이인순 선생를 기리는 기념물도 설치했다. 또 관사에서 생활하는 교사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북카페 같은 구실을 하는 공간도 만들었다.
이날 개관식은 이 학교 아이들에게 작은 문화축제로 꾸며졌다.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복도 한켠에 자신들이 꿈꾸는 도서관을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침대가 있어서 잠을 잘 수 있는 도서관, 책을 보다 배가 고플 때를 위해 빵집이 들어 있는 도서관, 물고기가 함께 노는 도서관 등의 그림은 손님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바이올린·리코더 연주회도 열었고, 도서관을 주제로 한 글짓기 발표 시간도 마련됐다. 4학년 천가영양은 ‘새로운 친구가 한명 더 생긴다. 쓰레기나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가면 안되겠다. 새로운 친구의 마음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라고 썼고, 같은 반 안나훈양은 ‘멋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맘에 쏙 들었다. 많이 많이 이용할 거다’라고 다짐하는 글을 썼다.
이날 상면초에는 청우도서관을 만든 고 이인순 교사의 딸 최나리씨와 은철 가평교육장, 역대 교장 5명, 가평군 안 초등학교 교장 13명 등 부근 교육계 인사들이 참석해 개관을 축하했다. 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다른 초등학교 교장들과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이해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정태기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등 30여명의 외부 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개관식에서 최씨는 “어머니의 뜻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너무 좋아하셨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해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자라는 아이들에게 책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며 “청우도서관에서 이 학교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을 키워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