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의 작은 도서관’ 사업에서 설계단을 이끌고 있는 양상현 순천향대 교수가 12일 서울 혜화동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설계한 충남 아산 송남초등학교 도서관 모형(사진 오른쪽)을 놓고 설명하고 있다. 책읽는사회 제공 |
송남초 도서관 설계 양상현 교수 /
희망의 작은 도서관 리모델링에는 건축과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가 설계단을 이끌고 있는 양상현(42) 순천향대 건축과 교수다.
양 교수는 9월 말께 그가 설계를 맡은 충남 아산 송남초등학교를 찾았다. 몇 차례 학교를 방문해 도서관 공간을 살피고 교직원들과 이야기도 나눈 뒤였다. 그는 운동장 한켠의 흔들리는 그네에 몸을 맡기고 도서관 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공부보다 놀면서 즐기고 누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자세로 자기가 좋아하는 책과 놀고, 때로는 숨을 수도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그는 아이들 생각이 낯설지 않다. 1999년부터 초등학생을 위한 건축 강좌 ‘나도 건축가’를 진행하면서 아이들과 어울렸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찬솔이와 함께 지낸 시간도 그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줬다. 찬솔이는 포장용 종이상자 하나만 갖고도 몇 시간을 놀았다. 집과 창문을 만들고 그 안에 숨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 생각이 궁금했다. 그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비슷했다.
양 교수는 아이들의 그런 요구를 도서관 설계에 오롯이 담았다. 송남초 도서관은 작은 공간들이 많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곳은 도서관 가운데 쪽에 자리잡은 ‘숨는방’. “모태에서의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약간 어둡게 만든 아주 작은 오두막집 같은 곳이다. ‘숨는방’ 위에는 모든 아이들이 꿈꾸는 공간, 다락방이 있다. 도서관 입구 쪽에는 스탠드바를 본뜬 ‘책 빼먹는 곳’을 만들었다. 바에서 맥주를 뽑아 먹듯 아이들이 신간서적을 골라서 뽑아 들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들을 위해 북카페 같은 공간과 야외 테라스도 마련했다.
“마을 주민들이 밤 10시까지 도서관 문을 열겠다고 하더라고요.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 카페 대신 학교 도서관에 가자는 말이 나왔으면 해요. 야외 테라스의 단풍나무에 기대어 책도 읽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도서관의 백미는 야외 정자다. 자연 속에서 책과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자 한쪽은 흙벽을 세워 햇볕을 막을 생각이다. 학교 쪽에서 요구한 모둠학습 공간도 도서관 한쪽에 마련해 피디피(PDP)와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누구나 멋지고 예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하잖아요. 건축물도 그래요. 외관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를 위한 배려가 묻어나는, 이웃을 위해 한뼘의 공간이라도 내놓은 건축물이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 교수는 그처럼 ‘선한 공간’을 가진 건물을 짓기를 좋아한다. 그는 이를 ‘착한 건축’이라 부른다. 그의 건축 철학이다.
민족건축인협의회 의장으로 그는 농촌마을에 정자를 짓고 대안학교나 달동네의 공간을 꾸며주는 일에 열심이다. 이는 그의 삶 속에 자리한 ‘선한 공간’인 셈이다.
“도서관 설계 때문에 2주 동안 바빴어요. 하지만 제가 설계한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뛰놀 생각을 하면 너무 흐뭇합니다. 건축가로서 이런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