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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한겨레신문 2006-10-24]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주민들까지 뜨거운 관심

  •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주민들까지 뜨거운 관심 신입생 넘칠라 행복한 고민도
    지역 문화센터로도 활용키로

     

    ? 책읽는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안찬수 사무처장이 13일 충남 아산시 송남초등학교에서 열린 도서관 설계안 설명회에서 ‘희망의 학교 도서관’ 1호관으로 리모델링을 마친 경기 가평 상면초등학교 도서관을 소개하고 있다.

     

    설계안 설명회 연 송남초교 /

    농촌의 작은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남초등학교(교장 임광호)가 ‘희망의 학교 도서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뒤 교직원은 물론 그동안 마을 살리기에 노력해 온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13일 오후 4시 송남초교 강당에서 열린 도서관 설계안 설명회는 마을 회의나 다름없었다. 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이라 고즈넉할 학교에 승용차 20여대가 교사 뒤편을 가득 메웠고, 강당 안에는 교직원과 교육계 관계자, 학부모, 동창회 간부, 마을 주민 등 60여명이 모여들었다. 희망의 학교 도서관 1호로 지난달 문을 연 경기 가평 상면초등학교 도서관의 안팎 모습이 빔 프로젝터를 통해 소개되자 “와!” 하는 부러움 섞인 함성이 터져 나온다. 양상현 순천향대 교수가 송남초교 도서관 설계안에 대한 설명을 끝낸 뒤 열린 질문과 토론 시간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여러 주민들이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고,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서가 규모를 묻는 등 도서관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학부모 안복규씨가 도서관 사서 확보의 필요성을 말하자 학교 바로 옆 송악교회의 이종명 목사는 “도서관 운영을 위해 낱알 회원을 모으자”고 즉석에서 제안하기도 했다. 책읽는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안찬수 사무처장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 가운데 교직원은 물론 주민들의 참여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열기는 지난 3년 가량 추진해 온 학교 살리기 활동에 따른 것이다. 이충구 총동창회 회장의 말처럼 송남초교는 “한때 1000명이 다니던 큰 학교였지만 지금은 학생 수 130명의 작은 학교”다. 2000년이 넘어서도 학생 수가 계속 줄자 주민들은 미래의 입학생 수를 조사해 봤다고 한다. 입학생 수가 10명, 9명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자 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주민들은 이웃 마을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자 그곳을 공동학군 지역으로 해달라고 사정해 현재 그 아파트에서 30여명의 아이들이 송남초교를 다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웃 초등학교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급한 불’을 끈 학교와 주민들은 다음으로 한살림에서 만든 푸른들영농법인의 도움으로 유기농 급식을 시작했다. 운영위원장을 지낸 안복규씨는 유기농 콩나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유기농 급식 소문만으로도 올해 1학년 입학생은 32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갑절 가까이 늘었다. 학교 쪽은 학습 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뒀지만 예산 부족으로 늘 고민만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날아든 ‘희망의 작은 도서관’ 사업 선정 소식은 송악면 전체의 경사였다. 임 교장은 “도서관은 활용 수업과 아이들의 독서 교육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밤늦게까지 도서관을 개방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센터 구실도 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영근 운영위원장은 “도서관 리모델링으로 내년 신입생 수가 너무 늘까 걱정”이라며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기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김지철 교육위원은 “농촌은 지역과 학교의 병행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사그라들고 있는 농촌의 희망은 사람이다. 그 싹은 아이들. 아산시 송악면 송악초등학교 교직원과 학부모, 마을 주민은 아이들로부터 지역을 살릴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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