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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한겨레신문 2006-10-31] ‘피켓’ 든 고사리손“도서관 살려주세요”

  • ‘피켓’ 든 고사리손“도서관 살려주세요”

     

    주민들까지 나서 건립운동 열성
    곳곳서 도움 답지 ‘희망의 빛’

     

    ? 강원도 태백시 철암초등학교 학생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철암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7개월째 벌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모금 활동에 참가한 초등학생들과 광산 지역 복지 활동인 ‘광활’에 참가한 대학생들.

     

    철암초등생 폐쇄위기 맞서 모금 /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에는 주말이면 피켓과 모금함을 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피켓이나 어깨띠에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아이들은 벌써 일곱 달째 농협, 우편취급소 등 공공기관부터 할매곰탕, 골뱅이피시방 등에서 시장통까지 동네를 훑고 다니고 있다. 덕분에 주민들은 이젠 아이들 이름도 많이 알게 됐다. 이혜윤, 송백연, 김태현, 김영건, 허성현, 장진주, 박솔, 김도영, 정태리, 한규빈, 허민, 김기남, 박현혜 등.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 피켓 만들기, 편지와 전자우편 보내기 등 모둠을 만들어 구실을 나눴고 지금까지 1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아이들이 정리한 장부, ‘기금 내신 분’을 보면 조흥련 150원, 안형주 110원, 나경욱 100원 등 100여명의 이름이 빼곡이 써져 있다.

    철암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모금은 ‘철암 어린이 도서관’ 때문이다. 2003년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전세 계약이 끝나는 11월께 공간을 비워줘야 해 문을 닫을 위기를 맞았다. 이 도서관은 폐광으로 지역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한때 3천명이던 학생 수가 168명으로 줄어든 이곳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지식 자람의 터전이었다.

    아이들은 수업을 마친 뒤 공부방을 찾기 시작했고, ‘신나는 수학교실’ ‘영어 교실’ ‘영화교실’ ‘요리 강좌’ ‘어르신들로부터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은 교육 소외 지역인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방학이면 ‘광활’에 참여하는 광산지역사회사업팀 대학생들이 과학교실, 민속놀이, 요리, 어르신들로부터 배우기, 공동체 교육 등 다채로운 캠프를 열었다.

    도서관과 공부방을 이끌고 있는 광산지역사회연구소 김동찬(28) 실장, 박미애(27) 부부는 대학생들의 광산 지역 봉사활동인 ‘광활’에 참여했다 결혼한 뒤 이곳에 정착했고, 그들로 인해 어린이 도서관은 주말이면 40여 명의 아이들이 북적대는 철암의 명소가 됐다.

    아이들과 함께 지역 주민들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충희 철암초등학교 교장, 최명희 철암중 교무부장, 총동문회 부회장인 배복수 할머니, 노경욱, 김동현씨 등은 ‘아이들의 터 철암세상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도서관 건립 운동에 뛰어들었다. 철암초 학부모회는 알뜰시장을 열어 물품 지원과 기금을 모으는 행사를 열었다.

    주위의 ‘유혹’도 있었다. 한 방송사로부터 출연을 조건으로 도서관을 지어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김동찬 실장은 “방송은 아이들을 너무 불쌍하다는 식으로 묘사해 상처를 준다”며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지어준 것이라는 딱지가 붙은 도서관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도움의 손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지역 기업인 석탄공사는 도서관 터 100평을 영구 무상 임대하고 건립비용으로 4천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더 큰 경사가 이어졌다. 문화 소외 지역의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인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에서 1억원이 넘는 돈을 대기로 했다. 지금도 6천만원 가량이 부족하다. 하지만 김 실장은 “뜻이 있으면 길은 열린다”고 믿는다.

    폐광에 따른 지역 경제 몰락으로 절망의 그림자가 짙은 ‘검은 땅’ 철암에 어린이 도서관 건립운동이 희망의 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033)581-7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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