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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한겨레신문 2006-11-14] 와~ 다락책방 열렸다! 아이들도 교사도 활짝

  • 와~ 다락책방 열렸다! 아이들도 교사도 활짝
    수업전 10분·방과후 20분 책읽기
    읽을 때마다 한장씩 스티커 수북

     

    ? 전남 영광군 대마초등학교 학생들이 3일 문을 연 ‘큰샘 도서관’ 창가 의자에 앉아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큰샘도서관’ 연 영광 대마초교 /

    ‘희망의 학교 도서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락방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계다. 3일 전남 영광군 대마초등학교에서 문을 연 ‘큰샘도서관’. 개관식이 끝나고 도서관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와!’ 하며 곧바로 다락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복도에 붙어 있는 편지글 ‘우리 도서관을 지원해주시는 분께’에도 ‘다락방도 있다 해서 너무 기대돼요’(이명철), ‘다락방도 빨리 구경하고 싶어요’(이혜빈) 등 다락방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가슴이 콩콩콩거려요’(고연재)라는 솔직한 기대도 담겨 있다.

    도서관 이름도 예쁘다. 대마초의 ‘큰샘’은 샘처럼 지식과 정보가 흘러넘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큰 공간이 되라는 바람을 담았다. 정대석 교장은 “면소재지이지만 피아노 학원 하나 없는 곳이었는데 이제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게 됐다”며 감격해했다.

    ‘희망의 학교 도서관’ 지원 대상이 된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대마초 교직원들도 ‘학교가 살아야 농촌이 산다’고 믿는 이들이다. 수가 적고 크기도 약해 이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뿐이다. 더구나 현실은 여전히 이들의 믿음과 반대로 가고 있다. 대마초는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700여명의 학생이 다니던 큰 학교였다. 지금은 전교생이 64명에 지나지 않는다. 면 소재지에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마을은 사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둘러보면 교직원들이 묵묵히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 온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교장실 한쪽 벽에는 전교생 64명 모두의 소개를 담은 이름판이 붙어 있다. 정 교장은 “교장실을 안방처럼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이름표 위에는 칭찬을 받을 때는 녹색과 파란색 스티커를, 상을 받았을 때는 빨간색, 꾸중을 들었을 때는 노란색 스티커를 붙이게 했다. 이름판마다 스티커가 닥지닥지 붙어 있다. 학생 한 명에 많게는 수십 개나 된다.

    대마초는 아이들 책읽기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에서 시작한 ‘독서1020운동’에 참여해 수업 전 10분, 방과 후 20분씩 아이들은 매일 책을 읽는다. 2학년 교실에 가보니 게시판에 아이들이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스티커 한 장씩을 붙이도록 만든 독서장이 붙어 있다. 고연재 20개, 정주희 69개, 이혜빈 60개, 나희홍 53개, 김태영 71개, 조아라 44개, 이명철 56개. 올해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읽을 수 있는 성인용 도서도 구입했다.

     

    ‘희망의 학교 도서관’은 그런 교직원들의 노력에 큰 힘이 됐다. 고은숙 행정실장이 공고안을 보고하자 정 교장은 그날 곧바로 서류를 만들어 접수할 정도로 기뻤다고 한다.

    학부모들 모임도 활동중이다. 1학년 이광은군의 어머니 박미선씨가 이끌고 있는 어머니 독서모임이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아동 독서지도 방법을 익히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역사 유적지 탐방도 한다. 박씨는 “훌륭한 도서관이 만들어진 만큼 학부모들과 논의해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마초에도 학교와 농촌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싹이 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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