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도서관’ 연 완주 삼우초교
? ‘만남 도서관’ 연 완주 삼우초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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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어선 아이들은 첫 만남이 주는 행복감을 만끽했다. 개관식 테이프가 끊어지자마자 도서관에는 아이들의 달음박질이 이어졌다. 소란스러움도 잠깐, 이내 도서관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책을 하나씩 뽑아들고는 곧바로 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개관식 축하객들의 웃음과 대화소리도 독서삼매를 깨우지는 못했다.
아이들이 도서관과 행복한 만남을 하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희망의 학교 도서관’ 사업 대상인 학교 가운데 삼우초 도서관은 ‘난공사’로 불렸다. 다른 학교와 달리 이 학교 도서관 터는 교실이 아니라 사방이 툭 터진 홀이었기 때문. 어려움은 민족건축가협회 소속으로 책읽는사회 설계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건축가 명재범씨가 풀어냈다.
동굴 열람실은 즐거운 놀이터
주민 위한 유기농 전문서적도
명씨는 터진 공간을 아이들은 물론 교사와 지역 주민까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학부모의 60%가 농민인 점을 생각해 비닐하우스 모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독서교실(사진), 지식을 찾는 곳이라는 뜻을 담아 물음표 모양으로 만든 열람대, 한쪽 벽을 둘러싼 서가 등은 어느 곳에서든 손쉽게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숨기 좋도록 동굴처럼 만든 저학년 열람실과 그 위에 마련된 다락방은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찾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놀이터다.
만남 도서관에는 유기농 관련 전문서적 코너와 여러 가지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전시공간도 만들어져 있다. 지역 주민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다.
도서관 이름처럼 삼우초는 행복한 만남으로 가꿔지고 있는 학교다.
첫 번째는 폐교 위기에 처한 삼기초와 고산서초 학부모들의 만남이다. 논의 끝에 삼기초 학부모들이 고산서초로 통합하기로 양보해 사라질 뻔한 이 마을의 학교를 살렸다.
두 번째는 농촌 지역 작은 학교의 모범을 만들기 위해 이 학교로 온 교사들과의 만남이다. 이들은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삼우초를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의 으뜸 사례로 손꼽히는 학교로 만들어 멀리 경기도의 학생까지 전학을 오는 학교로 만들었다.
세 번째는 교육계 후배들인 삼우초 교사들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는 최규호 교육감과의 만남이다. 그는 삼우초가 새로운 교사를 지을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했다.
이런 행복한 만남을 통해 삼우초는 전태찬 교장이 자랑하듯 “텃밭체험과 마음 닦기 등으로 왕따없는 학교”로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남 도서관’은 삼우초의 네 번째 행복한 만남이다. 도서관 개관 뒤 이 학교 아침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등교 뒤 수업 시작 전까지 소란스럽던 학교가 절간처럼 조용해진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곧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에 파묻히기 때문이다. 삼우초 아이들과 책과의 행복한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