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학생들이 졸업 때까지 교과서에 실린 시를 대부분 외우고 1년에 10편 이상 시를 짓는 경남 거제시 오비초등학교는 도서관 이름도 ‘작은 시인의 마을’로 지었다. 사진은 시낭송과 창작 활동을 이끌고 있는 원순련 교무무장과 학생들. |
‘희망의 학교 도서관’은 학교마다 의미가 다르다. 14일 문을 연 경남 거제시 오비초등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이 시인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공간으로 교사와 학부모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서관 이름도 ‘작은 시인의 마을’로 지었다.
윤순종 교장은 “살다 보니 이렇게 좋은 일이 다 생긴다”며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지식의 창고인 도서관이 학생들의 지적 창작 능력을 키워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뻐했다. 이날 개관식 행사에 참석한 이 지역 기업 삼성중공업 김동훈 상무도 “학교 도서관이 이렇게 예쁘게 꾸며질 수 있는지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자원봉사단을 중심으로 희망의 학교 도서관이 만들어진 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오비초는 ‘작은 시인들의 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곳이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실린 시를 목걸이로 만들어 늘 갖고 다니며 시를 읊고 외운다. 아침이면 학급별로 한 학생씩 교무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낭송하고 이는 방송으로 교실에 생중계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교과서에 실린 시를 거의 모두 외우게 된다. 시 창작도 한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1년에 10편 가량 시를 쓴다.
그래서 그런지 오비초 학생들은 백일장을 휩쓸고 다닌다. 올해 75차례 상을 탔다. 2003년 63건, 2004년 74건, 2005년 58건 등 해마다 시쓰기, 글짓기, 독후감 등에서 입상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날 개관식에도 거제시아동협의회에서 연 백일장에서 상을 탄 4명의 학생에게 상장을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학생들의 시쓰기는 원순련 교무부장이 중심이 되어 이뤄지고 있다. 아동문학가로 글쓰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원 교사는 가는 학교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시를 짓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전교생이 모두 시를 낭송하고 쓰도록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교장, 교감 선생님과 동료 교사들이 마음을 모으고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전교생이 시 읊고 짓기
해마다 백일장 휩쓸어
도서관 이름도 ‘시인의 마을’
2005년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글짓기 분야의 전문 성과를 인정받아 ‘수업 명사’로 선정된 원 교사는 ‘3단계 동시 창작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1단계 글감과 관련한 경험을 브레인스토밍 식으로 쏟아 놓는 마인드맵 형성, 2단계 마인드맵에 바탕한 긴글 쓰기, 3단계 긴글을 줄여 동시 만들기로 이뤄진다.
방학이면 어린 제자들과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책을 읽고, 시를 쓰고, 함께 노래하는 원 교사는 “학부모들이 영어와 수학 등 지식 공부에만 관심을 가져 아이들이 그 나이에 필요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커서 힘들 때면 시 한 편을 낭송하면서 속상함을 풀고 다시 힘을 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릴 때의 아름다웠던 추억이 어른이 되어서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