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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3
    [한겨레신문 2007-01-05] 겨울방학! 우리는 ‘개학’이죠

  • ? 지난해 12월29일 충남 천안 용정초등학교 글사랑터도서관에서 열린 ‘행복한 독서 교실’에 참여한 용정초, 풍세초, 미죽초 학생들이 독서지도사 이명선씨로부터 계단책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천안 용정초 ‘글사랑터도서관’

    ‘희망의 학교 도서관’ 대상 학교로 선정돼 글사랑터도서관이 만들어진 천안 용정초등학교(교장 조남식). 방학임에도 학교를 찾는 이들이 많다. 이 학교 학생은 물론이고 이웃학교 학생과 학부모까지 도서관을 찾는다.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 방학이라 이른 시간인데도 도서관 의자와 소파는 책을 읽는 아이들로 붐빈다. ‘손님’도 있다. 부근 풍세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정경숙(49)씨는 “아이들이 이 학교 도서관에 오고 싶어 해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생기면서 용정초는 책 읽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12월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 동안 연 책읽기 수업 ‘행복한 독서 교실’이다. 용정초 학생 33명과 함께 부근 풍세초와 미죽초에서도 각각 12명과 1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독서 교실 사흘째인 이날 이명선 독서지도사가 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는 사람>을 보여준 뒤 <우체부 슈벨> <엠마> <미스 럼피우스> 등 연관된 책 내용을 알려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4학년 현석환 군은 “안방처럼 따뜻한 바닥에 앉아 선생님이랑 책을 읽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도서관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글사랑터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용정초는 ‘특별한’ 교육으로 알려진 학교다. 이 학교는 방학에도 문을 연다. 돌보는 이나 갈 곳이 없는 일부 농촌 학교의 아이들에게 방학은 외로운 때다. 도서관이 생기면서 용정초는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학때 자칫 소외되기 쉬운 아이들을 보듬을 수 있게 됐다. 매일 오후 4시30분까지 문을 여는 도서관에서는 독서, 영어, 셈놀이, 한자, 서예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용정초의 또 다른 자랑은 학부모들로부터 걷는 돈이 없다는 점이다. 학교급식을 도와주는 이에게 월10만원 가량 수고비를 주려고 1년에 한 차례 걷는 1만원이 학부모들이 내는 돈의 전부다. 방과후 교실에서 체험학습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다. 예산은 교사들이 교육청을 비롯, 여러 기관에 공모해 마련하고 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올해 충남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고속열차를 타고 서울에 다녀왔고, 충청남도의 도움으로 대천 앞바다에 있는 원산도의 광명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용정초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이 학교 수업은 여느 대안학교의 것과 비슷하다. 여름이면 학교 부근 풍세천에서는 ‘개구리 수영교실’이 열린다. 이 학교 장학회장인 부근 태학사 주지 스님의 배려로 사찰 소유 논과 밭을 빌려 모를 심고 고추, 배추, 무 등 야채도 기른다. 학생들은 올해 수확한 쌀로 도서관 개관식 때 떡을 만들어 돌렸고, 김장 김치도 담궜다.

    용정초의 ‘특별한’ 수업은 조 교장과 김정호 교감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특히 김 교감은 도교육청에서 일하다 시골의 작은 학교에 자원한 ‘드문’ 교사다. “교사들 대부분이 시골 학교를 피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는 교사의 행복추구권은 있지만 시골 학교 아이들의 학습권은 없구나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그가 용정초에 온 이유다. 다른 교사들도 방학중임에도 번갈아 가며 학교에 나와 도서관을 지킨다. 교사들은 도서관을 만들 공간이 마땅치 않자 교무실을 내어주고 자신들은 한쪽 끝의 급식실로 옮겨가기도 했다.

     

    “앞으로 도서관을 용정리 주민들에게도 개방해 마을 도서관으로 구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 교감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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