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29일 충남 천안 용정초등학교 글사랑터도서관에서 열린 ‘행복한 독서 교실’에 참여한 용정초, 풍세초, 미죽초 학생들이 독서지도사 이명선씨로부터 계단책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
천안 용정초 ‘글사랑터도서관’
‘희망의 학교 도서관’ 대상 학교로 선정돼 글사랑터도서관이 만들어진 천안 용정초등학교(교장 조남식). 방학임에도 학교를 찾는 이들이 많다. 이 학교 학생은 물론이고 이웃학교 학생과 학부모까지 도서관을 찾는다.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 방학이라 이른 시간인데도 도서관 의자와 소파는 책을 읽는 아이들로 붐빈다. ‘손님’도 있다. 부근 풍세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정경숙(49)씨는 “아이들이 이 학교 도서관에 오고 싶어 해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생기면서 용정초는 책 읽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12월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 동안 연 책읽기 수업 ‘행복한 독서 교실’이다. 용정초 학생 33명과 함께 부근 풍세초와 미죽초에서도 각각 12명과 1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독서 교실 사흘째인 이날 이명선 독서지도사가 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는 사람>을 보여준 뒤 <우체부 슈벨> <엠마> <미스 럼피우스> 등 연관된 책 내용을 알려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4학년 현석환 군은 “안방처럼 따뜻한 바닥에 앉아 선생님이랑 책을 읽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도서관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글사랑터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용정초는 ‘특별한’ 교육으로 알려진 학교다. 이 학교는 방학에도 문을 연다. 돌보는 이나 갈 곳이 없는 일부 농촌 학교의 아이들에게 방학은 외로운 때다. 도서관이 생기면서 용정초는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학때 자칫 소외되기 쉬운 아이들을 보듬을 수 있게 됐다. 매일 오후 4시30분까지 문을 여는 도서관에서는 독서, 영어, 셈놀이, 한자, 서예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용정초의 또 다른 자랑은 학부모들로부터 걷는 돈이 없다는 점이다. 학교급식을 도와주는 이에게 월10만원 가량 수고비를 주려고 1년에 한 차례 걷는 1만원이 학부모들이 내는 돈의 전부다. 방과후 교실에서 체험학습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다. 예산은 교사들이 교육청을 비롯, 여러 기관에 공모해 마련하고 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올해 충남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고속열차를 타고 서울에 다녀왔고, 충청남도의 도움으로 대천 앞바다에 있는 원산도의 광명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용정초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이 학교 수업은 여느 대안학교의 것과 비슷하다. 여름이면 학교 부근 풍세천에서는 ‘개구리 수영교실’이 열린다. 이 학교 장학회장인 부근 태학사 주지 스님의 배려로 사찰 소유 논과 밭을 빌려 모를 심고 고추, 배추, 무 등 야채도 기른다. 학생들은 올해 수확한 쌀로 도서관 개관식 때 떡을 만들어 돌렸고, 김장 김치도 담궜다.
용정초의 ‘특별한’ 수업은 조 교장과 김정호 교감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특히 김 교감은 도교육청에서 일하다 시골의 작은 학교에 자원한 ‘드문’ 교사다. “교사들 대부분이 시골 학교를 피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는 교사의 행복추구권은 있지만 시골 학교 아이들의 학습권은 없구나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그가 용정초에 온 이유다. 다른 교사들도 방학중임에도 번갈아 가며 학교에 나와 도서관을 지킨다. 교사들은 도서관을 만들 공간이 마땅치 않자 교무실을 내어주고 자신들은 한쪽 끝의 급식실로 옮겨가기도 했다.
“앞으로 도서관을 용정리 주민들에게도 개방해 마을 도서관으로 구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 교감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