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후원자 1만명 모으기
책 1만권 기증받기 운동도
지역공동체 구심점 구실 기대
?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의 어린이들이 지난 6일 마을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부산은행 사거리에서 느티나무 도서관 건립을 위한 거리 모금을 하고 있다. |
부산 반송동 ‘느티나무 도서관’
“마을 도서관을 세우려고 합니다. 벽돌 한 장씩을 보내 주세요.”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 주민들은 도서관 건물 매입을 위한 모금 운동으로 새해를 맞았다. 벽돌한장 기금. 올해 들어설 도서관을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기 위한 모금으로 1만원을 내는 후원자 1만 명을 모으는 게 목표다. 10년째 이 마을에서 지역 공동체 운동을 벌이고 있는 ‘희망세상’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서관 건립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말. 이 마을의 ‘느티나무 도서관’이 책읽는사회, 삼성, <한겨레>가 함께 추진중인 ‘희망의 작은 도서관’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다. 처음에는 책과 기자재 지원만을 생각했지만 마을에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아예 건물을 사서 도서관을 새로 꾸미기로 했다.
지난 6일 이 동네 어린이들이 모여 마을길을 다니며 홍보 활동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모금 활동이 시작됐다. 모금 행사에는 6살부터 중학생까지 10여명의 아이들이 함께 했다. 한 노점상은 도서관 건립 모금 운동 피켓을 보더니 장사터도 비켜주고 아이들 주라며 귤 한 상자를 내놓았다. 행사가 끝난 뒤 고생한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사준 이도 있었다.
‘희망세상’은 앞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들이 중심이 된 거리 모금 행사를 자주 열 계획이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힘으로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벽돌기금 저금통도 만들었다. 지역상가, 병원, 약국 , 어린이집 , 유치원 등은 물론 학교가 개학하면 초등학교에도 저금통을 비치할 예정이다. 3월에는 일일 주점, 5월에는 어린이날 행사를 겸한 모금 운동도 준비중이다.
‘책 10000권 기증받기’도 함께 펴고 있다. 주민과 회원을 대상으로 자신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감명 깊은 책을 모아 도서관에 보내는 운동이다. 도서관이 완공되면 기증자의 서가를 따로 만들어 기증한 책을 모아두고, 도서관 한쪽에 ‘기부자의 벽’을 만들어 1만 명 기부자의 이름도 새겨둘 예정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이 중심이 된 모금 활동과 함께 자치위원회, 지역 아동센터, 복지관 등 지역에 있는 반송동 안의 여러 단체들은 작은 도서관 만들기 발대식을 준비하고 있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1500만원을 모아 계약금은 확보했다. 지역의 단체 대표가 300만원을 쾌척했고, 한 사회복지사가 300만원을 내놓았다. 이 동네 어린이들 10여명이 모아온 돈만 수십만원이 된다. ‘희망세상’의 한 회원은 홈페이지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내놓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세금을 빼서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주민도 있다고 한다. 도서관으로 쓸 집도 이미 점찍어 뒀다.
반송동은 1960년대 철거민들이 집단으로 옮겨와 살기 시작한 마을로 90년대말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돈만 벌면 떠나고자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지역 공동체 운동이 시작되면서 지금은 주민들 상당수가 ‘살고 싶은 마을,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함께 나서고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희망세상’ 김혜정 사무국장은 “놀이터도 없고 골목이 좁아 뛰놀 공간도 마땅치 않은 이곳 아이들에게 도서관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며 “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만드는 도서관이니만큼 지역 공동체 운동의 튼실한 구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원문의 (051)542-1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