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손을 잡으세요!' '옆 사람을 안아 주세요!'
15일 오후 3시. 부산 북구 금곡동 부산뇌병변복지관 2층 프로그램실에서 동화구연가 박순혜(40·여)씨가 10여명의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오늘 동화책은 영국 작가 헬렌 옥슨버리가 쓴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 게으름뱅이 농부 밑에서 종일 일만하는 오리를 다른 동물들이 구해준다는 내용이다.
"친구와 손을 잡으세요 옆사람을 안아 주세요"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 책읽어 주기 큰 호응아이들은 박씨의 얘기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두 눈을 초롱초롱 뜨고 듣고 있다. 아이들 속에 윤석이(가명·11)는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연방 웃고 있다.
윤석이는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장애를 앓았다. 열한 살이지만 '엄마' '하지마' '어엉'이란 세 단어로만 세상과 겨우 소통하는 아이다. 단 1분도 집중하기가 어렵지만 윤석이는 잘 참으면서 다른 아이들과 동화를 듣고 있다.
윤석이는 이달 초부터 비장애아동들과 섞여 책을 읽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처음엔 마냥 두려웠지만 3주 정도가 지나면서 매주 수요일 오후는 윤석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됐다. 걱정이 앞섰던 윤석이 부모도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대견스러워하고 있다.
부산뇌병변복지관 '오뚜기도서관'은 지난 2일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과의 통합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삼성이 공동지원하는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 사업의 하나이다. 현재 '오뚜기도서관'에선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동 7명과 비장애아동 7명이 매주 1시간씩 모여 동화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 놀이도 한다. 아홉살배기 뇌병변장애 딸을 둔 엄마 김주희(가명·34)씨는 "아이들 앞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의 모습을 딸이 지켜보면서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처음엔 비장애아동과 섞여서 교육을 받는다는 게 걱정이 됐지만, 딸이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이성심(49)씨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면 아이들은 어른이 가지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