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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7
    [오마이뉴스 2007-05-29] "작은 도서관, 마을 곳곳에 세워져야"

  • [오마이뉴스 2007-05-29]
    "작은 도서관, 마을 곳곳에 세워져야"?
    비산1동 아파트 단지 내 작은도서관 세우는 김한구씨?


    ▲ 안양시 비산동 '임곡 주공 아파트' ⓒ 이민선

    작은 도서관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작은 도서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서가에서 책을 뽑을 수 있는 마을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은 비산1동 아파트 단지 내부에 만들어질 예정이고 면적은 230m²정도다. 도서관을 찾은 것은 지난 22일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돌봐 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어떤 이유로 도서관을 만들 결심을 했느냐?’는 질문에 김한구 공동대표(38·수푸루지 도서관 추진위원회)는 이렇게 대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도서관을 만들자고 처음 제안한 것은 김 대표다. 1년 6개월 전인 지난 2005년 11월경 도서관 건립 필요성을 동 대표 회의에서 거론했다. 당시 김 대표는 동 대표직을 맡고 있었다.?

    김 대표가 도서관을 만들 계획을 세우게 된 이유는 공동육아의 필요성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함께 움직여 주어야 한다는 것. 그 장소를 김 대표는 도서관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또 함께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 그러다 보면 도서관이 ’공동육아의 ’장‘ 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안양시내에 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야만 갈 수 있다는 것도 작은 도서관을 만들게 된 이유다. 평촌, 석수, 박달 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교통편이 좋지 않다.?

    동 대표들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던 점

    ▲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 이민선

    “주민들 설득하는 것보다 동 대표들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웠어요.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는데 자금 확보 등의 문제가 걸려 있기에 쉽게 결정 내리지 못했어요. 동 대표들은 일반주민들과 달리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 책임지고 추진할 분들이라 신중했던 것 같아요.”

    ‘일 추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전에 우선 동 대표들을 설득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동 대표들을 설득하고 주민들에게 도서관의 필요성을 홍보하면서 김 대표는 책 모으기 운동을 펼쳤다.?

    아파트 입주 당시 건설회사에서 기증받은 3천여권의 책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도서관을 만들기는 부족했던 것. 현재 책 모으기 운동을 통해 약 1500권 정도를 모아 놓았다.?

    도서관이 들어서는 곳은 아파트 단지(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임곡 주공아파트)내 관리동 2층이다. 관리동 건물중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기에 ‘수푸루지 도서관’ 건립이 가능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도서관 건립하는데 있어서 공간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일인데 그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어서 일을 추진 할 수 있었다” 며 “아파트 단지라서 가능했다” 고 말했다.?

    “사실 작은 도서관은 일반 주택 지역이나 재래시장을 끼고 있는 곳에 더 필요한 시설이지요. 그런 곳은 아이들이 갈만한 곳이 없거든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필요치 않아도 학원에 보내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곳은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작은 도서관 만들려는 뜻이 있어도 일단 장소가 없으면 할 수가 없겠지요. 그렇다고 수천만 원 하는 건물 보증금을 지불하면서 수익성 없는 도서관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 단지에 도서관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데 아쉬움을 표현했다. 아파트에 비해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일반 주거지역에 사실은 작은 도서관이 더 필요하다는 것.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교육과 보육 문제가 심각하다. 때문에 작은 도서관이 있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푸루지’는 마을의 옛 지명

    ▲ 김한구 공동대표 ⓒ 이민선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개관하면 보람이 있을 듯합니다. 다만 1년6개월 동안 일 추진하면서 ‘공동체’ 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일 것 같습니다. 도서관 만들기 추진하는 분들과 함께 기금 모금을 위해 벼룩시장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도 함께 했지요.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는데 끝나고 나니 가슴이 뿌듯하더라고요. 이런 것이 공동육아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일을 추진하면서 보람있었던 적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개관하지 못했기에 보람을 운운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함께 일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낀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수푸루지’ 라는 이름은 주민투표로 결정한 것이다. 도서관 이름을 공고해서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한 것이다. 그 당시 여러 가지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수푸루지’ 라는 이름이 최다득표를 했다. ‘수푸루지’ 는 이 마을의 옛 지명이다.

    “이렇게 좋은 이름을 두고 어째서 딱딱한 비산1동이란 지명을 사용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도서관 덕에 아름다운 옛 지명을 찾게 된 셈입니다. 이것도 보람이라면 보람입니다.”

    김 대표는 이름을 짓게 된 사연을 얘기하면서 “도서관 이름 짓는 것을 마을 축제처럼 진행 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 당시 후보에 올랐던 이름은 그린빌, 해오름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중 마을 옛 지명인 ‘수푸루지’ 가 압도적 득표로 도서관 이름이 되었던 것.?

    ‘수푸루지’ 도서관은 현재 인테리어 막바지 공사 중이다.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바닥 공사 중이었다. 도서관은 6월 초순경에 개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도서관은 멀리 있고 오락시설은 가까이 있어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푸루지’ 도서관과 규모가 비슷한 도서관이 마을 곳곳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PC방 오락실처럼 도서관도 아이들이 손쉽게 접근하게 하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김 대표의 웃음 만큼이나 작은 도서관에 대한 그의 생각이 신선하다.

    이민선(doule10)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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