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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7
    [한겨레신문 2007-05-12] 우리는 ‘사람 부자’ 이웃문고도 돕죠

  • [한겨레신문 2007-05-12]
    우리는 ‘사람 부자’ 이웃문고도 돕죠
    [희망의 작은도서관] 제주 ‘설문대어린이도서관’?

    ▶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운영위원과 자원봉사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매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은 임기수 관장(왼쪽에서 네번째)과 지난달 24일 도서관에 모인 책읽는엄마 소모임 ‘책읽는 여우들’

    운영위원·자원봉사자 참여 열기
    ‘신기한도서관’ 프로 우수사례로
    열악한 유치원·문고에 도움 손길


    제주도의 창조신 ‘설문대할망’은 거구다.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으면 그 다리가 마라도에 걸친단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 사람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다. 제주시 연동엔 그 설문대할망의 이름을 따 지은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있다.?

    설문대도서관 달력은 늘 빈 칸이 없이 빼곡이 차있다. 아이와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문화학교, 학교 밖 글쓰기 교실, 계절 독서캠프, 책 나들이, 요일별로 열리는 책읽는 아이들의 모임 등등.?

    이러한 프로그램은 근처 초등학교, 중학교 선생님, 제주대 교수 등을 포함한 13명의 운영위원과 11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이뤄진다. 어떤 때는 한 가지 행사를 위해 여러날에 걸쳐 매일 만나 토론하고 밤을 새기도 하지만, 그런 그들의 열정이 ‘설문대’의 알찬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힘이다. 임기수 관장은 “운영위원도 행사 때는 자원봉사를 할 정도로 참여 열기가 높다”며 “우리 도서관은 사람이 부자”라고 웃는다.?

    ‘설문대’의 저력은 2004년 9월 제주 탑동 광장에서 열린 제3회 전국평생학습축제 책 축제에서 단적으로 확인됐다. ‘책은 내 속의 바다, 책 속에서 꿈을 낚습니다’를 주제로 한 이 행사에서 설문대도서관은 북아트-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 만들기, 신기한 도서관, 상상력 백일장과 같은 체험행사 및 각종 전시와 공연을 했다.?

    당시 전체 프로그램 참가인원은 약 4000여명. 참가자들은 물론 축제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온 교수들도 참신한 행사라며 감탄했다. 특히 ‘신기한 도서관’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우수사례로 선정해 2005년 ‘오름,책이 피었습니다’라는 후속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은 제주그림책연구회와 함께 책을 만들기도 했다. 가부터 하까지 제주와 관련된 소재를 담은 <제주가나다>(2004년)와 손수 목판화를 만들어 찍어낸 <오늘은 웬일일까요>(2005년), 탐라시대에 성이 있던 자리인 무근성을 소재로 한 <우리 동네 무근성>(2006년)이 그것이다. 직접 발로 뛰어 현장을 다니며 그린 그림들이라 책에 대한 애정은 이루말할 수 없다.?

    임 관장은 도서관 운영에서 공동체성과 지속성을 강조한다. 그는 일회성 행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설문대’는 3년째 ‘행복한 책나들이’를 진행하고 있다. 1년에 시골유치원 한 곳씩을 정해 매주 금요일마다 임 관장과 자원봉사자들이 찾아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장전 유치원, 2006년 물메 유치원에 이어 올해는 어도 유치원으로 행복한 책이 찾아가고 있다.?

    임 관장이 도서관 밖으로 자꾸 나가는 이유는 제주도의 열악한 책읽기 환경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140여개 마을문고가 존재하지만 운영이 잘 되지 않는다. 설문대도서관도 1998년 10월 개관했으나 운영이 어려워 2003년 12월부터 3개월 가량 문을 닫기도 했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임기수 관장은 제주의 마을문고 가운데 하나인 유수암 문고의 문고회장과 이장, 부녀회장들과 논의 끝에 매주 넷째주 토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유수암 마을을 찾아 도서관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우리 옆 마을 나들이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9월에는 유수암 마을 잔디운동장에서 책잔치를 열 예정이다. 옆동네문고에선 벌써부터 소문을 듣고 참가 연락이 온다고 했다. 임 관장은 “한 마을의 문고가 바뀌면 옆 마을 문고가 바뀌고 그러다 보면 차츰차츰 모든 문고가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도서관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사업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를 초청해 워크샵을 해봤자 아래서부터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중요한건 말보다 직접 움직이며 실행하는 것입니다.”?

    제주/공동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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