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7-04-06] 프로그램 갖가지 주민들 절로 발길 [희망의 작은도서관] 관악구 봉천5동 파랑새문고
▶ 서울 봉천5동 파랑새문고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도서관을 넘어선 문화공간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운영을 맡고 있는 김진희 회장(뒷줄 왼쪽)과 파랑새문고의 발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전범식 동장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가 2002년부터 자원봉사자들 활동 새마을문고 운영 ‘최우수상’ 받아?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 관악구 봉천5동 사무소 2층. 15평 공간에 빼곡히 들어선 책들과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주위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이곳이 파랑새문고다.
78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한 파랑새문고는 오후 1시부터 4시반까지 3시간30분 동안 문을 연다. 다른 도서관에 비해 개관 시간이 무척 짧지만 하루 평균 80명의 주민들이 이용하고 200권의 책이 대출된다.
파랑새문고가 대출·반납 업무만 한다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을 것이다. 개관 뒤 지금까지 파랑새문고는 끊임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 왔다. 방학 때면 1박2일 동안 지방 문화유적지를 찾는 ‘엄마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회의실이 빌 때면 어린이 그림동화책에 있는 그림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기도 한다.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3월이면 근처 구암초등학교 교사를 초청해 학부모와 학생이 준비해야 할 점을 일러주는 ‘새학기 봄 예비학부모 강의’를 열고, 인스턴트식품의 범람으로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학부모를 위한 ‘우리 농산물 살리기’ 강연을 하는 등 주제와 내용도 다양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번져 요즘은 프로그램 안내문이 붙은 지 하루 이틀이 지나면 참가자 모집이 마감된다.
파랑새문고는 2001년 9월 관악구청의 지원으로 문을 열었다. 개관 초기 파랑새문고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운영 주체가 부족한데다 주민들도 도서관을 찾지 않아 하루 이용자가 10명도 되지 않은 날이 많았고 가끔 문을 닫기도 했다.
그런 파랑새문고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김진희 문고 회장이었다. 평소 책읽기에 관심이 많았고 자녀가 다니던 서울 신림동 난우초등학교 도서관의 임원으로 일하기도 했던 김 회장은 봉천동으로 이사온 뒤 동네 도서관을 찾다 파랑새문고를 만났다고 한다.
김 회장은 2002년 총무를 맡으며 자원봉사자를 조직해 근처 아파트를 찾아다니며 도서관을 알렸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도서관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그러자 도서관을 찾는 주민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제 파랑새문고는 봉천동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김 회장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의 열정 덕택에 파랑새문고는 지난해 12월 새마을문고중앙회에서 연 ‘대통령기 제26회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 새마을문고 운영부문 최우수상(행정자치부 장관 상)을 받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여러 명이 비슷한 시기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면 도서관 운영이 삐걱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도서관을 이용하고 사랑해주는 주민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