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7-03-31] 아파트 사이버주민 의기투합해 일냈죠 [희망의 작은도서관] 파주 한라비발디아파트 도서관
▶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한라비발디아파트도서관은 낮에는 아이들이 책 속에서 뛰노는 놀이터로, 저녁에는 어른들의 문화교류 공간으로 구실하고 있다. 21일 도서관을 찾은 진한주 운영위원장(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주민들
인터넷 커뮤니티 통해 친목 다져 도서관 꾸미고 활발한 운영까지 2년 연속 우수문고 지원대상에
아파트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프라인 도서관의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경기도 파주시 한라비발디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107동 지하에 자리잡은 이 도서관은 2003년 7월 지하주차장을 막아서 지은 도서관이다. 구체적인 운영계획 없이 만들어진 탓에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던 이 도서관이 최근엔 장서 3000권을 보유하고 하루 평균 30명의 주민이 꾸준히 이용하는 지역의 문화명소로 발전했다.
3년 가량 발굴 안 된 고대 유적지처럼 잠들어 있던 도서관을 흔들어 깨운 마법은 주민 600여명이 네이버 카페에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cafe.naver.com/pajuviva)에서 나왔다. 이 커뮤니티는 주로 아파트값을 담합하려고 운영되는 여느 아파트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달리 입주민 사이의 친목을 도모하고 아파트내 문화운동에 힘쓰고 있다. 카페에서 지난해 문화운동의 1순위로 거론된 것이 아파트내 도서관 활성화였다.
‘사이버 아파트’의 주민들은 지난해 9월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만들었고, 이를 중심으로 기금 500만원도 모았다. 도서관 리모델링도 했다. 운영위는 주요 공사만 전문업체에 맡기고 도서관 단장에 주민들을 참여시켰다. 아빠들은 퇴근 뒤 팔을 걷어붙이고 페인트칠을 했고 엄마들은 책에 바코드를 붙였다. 그런 노력들이 모아져 도서관 안에는 하늘색 구름벽지가 산뜻한 유아방이 생겨났고, 색색의 의자가 놓인 독서공간이 탄생했다.?
이 도서관은 주민들이 모아준 돈으로 운영되는 만큼 도서 선정도 까다롭게 한다. 운영위는 국문학 박사, 아동교육과 출신, 출판평론가 등 주민 가운데 책과 관련된 경험을 가진 이들로 도서선정위원회를 만들어 기증받거나 사려는 책을 선별해 구입목록을 만든다. 기증받은 책 가운데 도서관에 필요하지 않게 된 책들은 근처 중고책을 취급하는 곳에 전시하거나 기증한다.
이성신 운영위원은 “지난해 약 2000여권의 책을 기증했다”며 “도서관 운영 초기 여러곳에서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웃었다.
최근 한라비발디아파트 도서관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도서관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주시 중앙도서관 우수문고 지원대상에 선정된 것. 운영위의 노력에 화답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매달 60만원을 새책 구입에 쓰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왔다.
올해 도서관은 더 많은 주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협의회를 통해 강사를 초빙해 12강으로 이뤄진 신문활용교육을 할 예정이다. 조만간 아파트 광장에서 아파트 환경을 주제로 한 백일장을 열고, 가을에는 방송사 아나운서를 초청해 낭독회 행사도 열 계획이다.
마희정 운영위원은 100%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이 도서관을 새로운 아파트 문화 창조의 ‘가능성’이라고 표현한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렇게 발전한 우리 도서관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우리들의 노력에 따라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이곳에서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모두 얻어가고, 또 이곳이 가정 다음으로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