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7-03-24] 교회 안에 있지만 담 허문 문화공간 [희망의 작은 도서관] 밤토실어린이도서관은 아이들에게
▶ 밤토실어린이도서관은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이자 책과 만나는 학습의 공간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경험하는 문화센터로 구실한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지역 주민들과 도서관장인 안홍택 목사(뒷줄 오른쪽).
버스 1시간마다 다니는 시골마을 책·책장 기증받아 지난해 개관 장서 2배로 늘고 소모임 활발
16일 오후 밤토실어린이도서관. 아이들은 도서관에 가방을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다시 밖으로 뛰어나갔다. 바깥에서 놀다 지치면 들어와 책을 읽는다. 처음엔 도무지 책에 관심을 두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는 곧잘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여전히 도서관 뒤쪽 습지에서 개구리알을 관찰하고 두꺼비, 가재와 함께 놀기에 바쁘다. 도서관터 자체가 생태공원인 이곳, 바로 밤토실어린이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고기교회 안 사택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도서관이 교회 안에 있을 뿐 도서관은 교회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밤토실 도서관 관장인 안홍택 목사는 “도우미 엄마들 중에는 절에 다니는 사람도 있다”며 껄껄 웃었다.
용인과 수지라는 말에서 부자나 아파트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고기동은 아파트촌이 아니라 시골 마을이다. 안 목사는 이 동네 아이들에게 문화적 혜택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도서관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곳 고기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한반씩 전교생이 모두 11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여자아이가 머리핀 하나를 사러 나가려 해도 한시간 간격으로 다니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등 문화적으로 너무 소외되어 있고, 엄마와 아이를 위한 문화가 없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안 목사는 2005년 3월 22일 20명의 학부모들과 함께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첫 모임을 가진 데 이어 1년여 가까운 준비 끝에 마침내 지난해 4월 22일 도서관을 열었다.
밤토실어린이도서관의 개관은 많은 이들이 도움으로 이뤄졌다. 책은 아름다운재단과 독지가들이 보내주었고 소파, 책장, 컴퓨터 등도 모두 기증받았다. 도서관 외벽의 아기자기한 벽화와 간판은 강남대 학생들과 학과장이 만들어주었다. 안 목사는 주위의 이런 도움에 대해 “돈만이 중요시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공공성이 보장되는 유일한 기관이 바로 도서관”이라며 “그런 공익성을 보고 많은 분들이 흔쾌히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이 도서관은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2500여권으로 시작한 장서는 어느새 4850여권으로 늘었다. 그림동화책을 읽고 엄마와 아이가 직접 대본을 쓰고 인형을 만들어 공연까지 했던 ‘인형극축제’, 고기초등학교와 연계해 도우미 엄마들이 4,5, 6학년 학생을 데리고 와 진행했던 ‘도서관 수업’ 등. 아이들 책을 읽고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머니 도우미 책모임’, 어머니들끼리 한 권의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성인독서교실 ‘글쎄다’와 같은 도서관 내 소모임도 만들어졌다.
총무를 맡고 있는 도우미 엄마 서난희씨는 “교회 안에 있는 도서관이지만 지역민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정보를 얻어가는 건 물론이고 지역문화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