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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7
    [시민의소리 2007-02-14] 폐교 위기 모교 살리기 성공 화제

  • [시민의신문 2007-02-14]
    폐교 위기 모교 살리기 성공 화제?
    장흥남초 동문 통학버스 운행 자처...기업.교육당국 운행비지원 등 절실?

    ▲ 동문들이 마련해 준 등하교 차량으로 장흥 남초등학교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하교버스에 오르고 있다.


    폐교 위기에 몰린 농촌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동문, 지역민들의 각별한 노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장흥 남 초등학교가 소규모 농촌학교의 통폐합 대상이 된 건 지난 2001년. 교육부는 당시 재학생 70명 이하의 학교를 대상으로 통폐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장흥읍에 속하지만 전형적인 농촌학교에 다름 아니었다.?

    한때 재학생 1천여명에 가까웠던 장흥 남초교도 농업 붕괴와 이농 인구의 증가에 따라 어느 덧 50명도 채 못 되는 미니 학교로 전락하고 말았다. 폐교를 막아보자고 나선 2001년부터 내리 8년째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노천(49)씨.

    “간이학교로 출발해 봄에는 보리를 걷고 가을에는 쌀을 걷어 주민들 손으로 학교를 설립한 곳입니다. 농촌 학교는 지역 정서나 문화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곳이죠. 농촌생활에는 없어서는 안 될 곳입니다.”

    박 위원장 이때부터 안간힘을 써 왔다. 먼저 장흥에 거주하는 동문들을 만나 의견을 모았다. 순전히 폐교를 막기 위해 동문회를 창립하고, 기세를 몰아 그해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 ‘가족 한마당 축제’까지 열었다.

    유권자가 1,500여명 남짓인데 이 행사에 1,200여명 정도가 참석했을 정도니 그 열의를 짐작케 한다. 광주는 물론 서울, 부산에서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행사는 매년 4월 둘째 주를 정해 6회째 내려오는 가장 큰 연례행사이자 자랑거리이다.?

    이 뿐이 아니다. 이번에는 동문들이 학생들의 등하교 지원을 자처하고 나선 것. 통학도 돕고 학생수 감소를 막기 위한 것이다. 동문회장 김재준씨를 비롯한 이들 동문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거둬 2003년 중고 15인승 미니버스를 마련해 지금까지 운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동문들이 직접 학교 버스 운행에 나선 경우는 아마 처음 일 겁니다. 논에 트랙터를 놔두고 일하던 옷 그대로 입고와 운행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먼 거리는 6.5㎞나 되는데, 걸어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교통사고 위험도 항상 부담이거든요” 실제 박 위원장을 비롯 몇몇 지역민들은 2년여 직접 차량운행을 맡기도 했다.?

    모교를 살려보겠다는 관심만큼이나 학교운영도 얘깃거리다. 우선 차량이 생기고부터는 통학뿐 아니라 체험학습이 훨씬 편해졌다. 어디든지 맘만 먹으면 야외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육남매 활동이 자랑이다.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형제자매가 없는 세대의 아이들에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형제, 자매, 누이로 서로 짝을 지어주는 것이다. ‘왕따’니 ‘학교폭력’이니 하는 말이 남의 일처럼 보이는 것은 오래다.

    작은 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10여명은 읍내에서 일부러 통학하는 학생이 생기기도 했다. 큰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마저도 누구보다 자신에 찬 모습으로 졸업해 나가기도 했다. 더불어 감소 일색이던 재학생 수도 59명까지 늘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 학교는 졸업여행이 없었다. 학생수가 적어 여행비용도 맞지 않고, 버스 대절할 규모도 안돼 그동안 졸업여행이 끊겨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엔 서울 문화체험 형식으로 10여년 만에, 그것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졸업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서울에 나가있는 출향인들이 십시일반 보태고 잠자리와 식사를 초대한 것이다.

    장흥 교육청에서도 더 이상 폐교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사) 책읽는 사회 국민운동본부’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에 채택돼 도서관 리모델링비 5천여만원을 지원받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을에는 이미 아이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다. 60명으로 기준이 완화되긴 했지만 교육부의 기준에서는 여전히 통폐합 대상이기 때문이다.?

    차량 운행비도 적지 않는 부담이다. 농사를 본업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이 일손을 제치고 마냥 차량운행을 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2005년부터 이용 학생들에게 한 달 돈 만원정도 부담해 운전기사를 따로 두고 있지만 다달이 적자를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는 통학비 지원은 명목이 없다며 난감한 기색이다.

    “인근 동초등학교 경우 비슷한 처지였다가 결국 폐교되고 말았는데, 그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학교에 가고 싶어도 자물쇠가 잠겨져 있어 개구멍을 통해 운동장을 밟아야 하는 일이 가장 서럽더라고 하더군요. 기업, 기관단체에서라도 사회참여 차원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농촌의 정 만큼은 감히 이 만한 데가 없을 겁니다.”

    교정 첫 머리에서부터 아름드리 솔숲이 아름다운 학교. 7년째 매년 추수가 끝나면 교직원 전원에서 쌀 20㎏ 한 포대씩을 전달해 오는 농촌의 풋풋한 인심이 영원히 모교와 함께 지속될 수 있을까 관심거리다.?

    이국언?기자(road819@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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