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을 위한 도서관 안찬수(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문화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 주최? 2007 작은도서관 종사자 연찬회 2007. 10. 24(수), 순천 로얄호텔 저에게 주어진 주제가 “민간도서관의 이해 및 비전과 역할- 공공도서관과 민간도서관의 협력방안”인데 제목을 “돌멩이국의 맛- 만인을 위한 도서관”이라고 고쳐보았습니다.? 호남권역뿐 아니라 멀리 제주의 도서관 관계자 분들께서도 오늘 이 자리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곳 순천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모이신 분들은 저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도서관 문제를 고민하고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오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처한 상황을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쓴다고 하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오늘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써야 할 처지인 것을. 그래서 저로서는 어떤 말씀을 올려야 좋을지 무척이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돌멩이국을 끓이는 이야기를 제 이야기의 실마리로 삼겠습니다. 여러분들께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인지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1. <돌멩이국>이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돌멩이로 국을 끓이는 이야기입니다. 돌멩이국의 맛은 돌멩이국을 함께 끓이면서 그 국의 맛을 직접 본 사람만이 압니다. 먹어보아야 맛을 아는데,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척 힘이 들고 그 국의 진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은 더욱 힘이 듭니다. 아니 돌멩이국의 특징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먹게 하거나, 그 맛을 느끼게 할 수 없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도서관의 맛’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도서관의 맛’을 아는 분은 아직 그 맛을 모르는 분들에게 그 맛을 열심히 설명합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맛’이라는 게 정말 설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2006년 국민독서실태조사>(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성인 가운데 공공도서관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1.2%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2002년의 17.3%, 2004년의 24.7%보다는 개선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10명 중 7명은 아직 ‘도서관의 맛’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과연 10명 중 4명으로 늘어나 있을까요? 그렇게 ‘도서관의 맛’을 느끼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 언제쯤인가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도서관의 맛’을 다 느껴볼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될까요?? 10명 중 3명이 공공도서관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그 ‘이용’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는 세밀하게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어떨까요. 그 3명 중 2명쯤은 도서관을 독서실로 이용한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1.5명은 도서관을 독서실로, 또 1.5명은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이용했다 할 수 있을까요?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 10명 가운데 3명이 공공도서관을 공공도서관답게 모두 ‘이용’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도서관문화 현실인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연찬회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 고민할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의 사람들이, 우리 마을의 사람들이,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도서관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인가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 가지 주제가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서로 협력해서, 혹은 민과 관이 협력해서 모든 지역주민들이 질 높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 <돌멩이국>이라는 그림책에는 복, 록, 수, 이렇게 세 스님이 돌멩이국을 마을 안마당에서 끓인다고 하였습니다.? 이 세 스님은 어떤 사람일까요??엄청난 지혜를 갖춘 이를 상징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공동체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어떤 외부의 계기를 상징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돌멩이국의 맛을 먼저 본 어떤 선각자들을 뜻하는 것일까요? 한상완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님처럼 도서관운동의 기치를 먼저 든 분을 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입안자일까요? 저는 감히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이 바로 돌멩이국을 끓이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3. 아무튼 이 세 스님의 첫 질문이 저에게는 무척 흥미롭습니다.?“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나요?”? 그런데 스님들은 자신들이 마을로 들어섰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 채 창문을 꼭꼭 닫아버리는 것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창문을 꼭꼭 닫아버리는 것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서로 나 몰라라 하고 사는 것.” 다들 열심히들 일하기는 하지만 “서로 나 몰라라” 하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뚝뚝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람이 두렵고 미워지면 그곳이 지옥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꽤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를 지옥으로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불신과 반목과 증오로 얼크러져 있는 사회 속에서의 삶이 행복할 리 없습니다. 그런 사회의 삶을 조금씩이나마 바꿀 어떤 계기가 필요합니다. 복, 록, 수 세 스님이 그 계기로 삼은 것이 돌멩이국을 끓이는 것이고,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이 생각한 것은 바로 도서관을 만들고 주민들에게 도서관의 맛을 선뵈는 것일 터입니다. 주민들 한 사람이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에게, 모든 사람에게 도서관의 맛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우리가 갖고 있는 도서관에 대한 비전의 핵심은 바로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하는 질문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책읽는사회’의 활동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볼 기회가 저에게도 조금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도시마다 마을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다릅니다. 독서문화 · 도서관문화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도서관을 잘 운영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관장님이나 사서 선생님들이 있는 도시, 지역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따뜻한 곳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공무원 분들이 분투하는 곳에 가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훈훈한 기운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께서는 적어도 우리 시민들이, 우리 마을 주민들이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도서관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일 것입니다. 이미 도서관의 맛을 느끼고 그 맛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고자 하는 분들일 것입니다.?도서관의 맛을 먼저 느낀 분들께서 해주셔야 할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그 도서관의 맛이 어떤지 이웃사람들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우리 역사상 지금처럼 도서관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주민들의 행복을 위한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도서관 문제에 대한 언론 캠페인이 꾸준히 전개되어온 바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도서관을 늘리고 채우자’(2002년), MBC문화방송의 ‘느낌표-책, 책, 책을 읽읍시다’(2003-04) <국민일보>의 ‘아가에게 꿈과 사랑을 읽어줍시다’(2003), <경향신문>의 ‘책읽는 대한민국’(2005), 네이버의 <책읽는 네이버, 책읽는 대한민국>(2005-06), 한겨레신문의 <희망의 작은도서관>(2006-07) 등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캠페인이 전개될 때,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각 도시와 지방자치단체의 단위에서 더 많은 도서관 이야기들이 펼쳐져서 지역 단위에서 도서관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고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변화들이 차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제주컨벤션센터에서는 제44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때 ‘민관협력,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세션의 주제발표 가운데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 불과 주민이 1,600명 정도 거주하고 있는 작은 면에 세워진 안남면배바우작은도서관의 사례입니다. 이 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그리고 농협,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자치역량이 합쳐져 작은도서관을 건립한 사례였습니다. 이 도서관은 2006년 가을부터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여 2월에 착공하여 지난 7월 20일 개관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이 바로 지역신문인 <옥천신문>의 도서관 기획기사 시리즈였습니다. (이 시리즈 기사는 하나의 사례로 아래에 첨부해 둡니다) 최근에 <영남일보>가 도서관 기획기사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또 <전북일보>에서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렇게 지역신문들이 조금 더 세밀하게 자기 지역의 도서관 현실을 진단하고,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담아내어 대안을 제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가질 만한 정책적 비전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도서관에 대해, 지역공동체에 대해, 다른 지방과 지역의 소식에 대해, 외국의 여러 사례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필요합니다.? 5. 자, 이제 스님들은 돌멩이국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마을 한가운데 에 불쏘시개와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고, 작은 냄비를 걸고, 물을 길어다 부었습니다. 그런데 스님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는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궁금했던 것이겠지요. 소녀는 다가와 뭐하는 거냐고 묻습니다. 돌멩이국을 끓이려는데, 냄비가 작아서 걱정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소녀는 자기 집의 큰 솥을 굴려서 가지고 옵니다.? 큰 솥에 물을 가득 붓고 소녀가 주워온 돌멩이를 넣고 불을 때자 드디어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돌멩이국을 어떻게 끓이는지 보려고 모여 듭니다. 이제 마을 사람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마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이 그림책을 볼 때마다 왜 작가는 노란 옷을 입은 소녀를 등장시켰던 것일까를 거듭 생각하게 됩니다. 왜 소녀일까? 작가는 아마도 아직 ‘나 몰라라’의 세계에 빠지지 않은 순정한 마음을 가진 이는 어린이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보다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꺼내어 공공의 것으로 내놓은 이, 그 사람은 어린이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공공도서관(public library)을 만들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사람도 바로 그러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 책읽기의 즐거움과 마음의 양식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어갖자는 것이 바로 공공도서관의 뜻일 터이니까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돌봐주어야 할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돌멩이국을 끓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돌멩이국을 끓이다보면 우리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영 작은도서관들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활동가, 운영자, 관장님들께서 도서관 운동가가 된 바탕에는 분명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고자 하는 고귀한 마음이 있습니다. 밥 한 그릇만큼이나 책 한 권을 고파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마음에 힘을 보태어주어야 합니다. 지역의 작은 어린이도서관들이 안고 있는 운영상의 어려움을 지방자치단체와 도서관계가 잘 살피고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6. 스님은 솥을 저으며 “옛날부터 돌멩이국에는 소금하고 후추를 넣어야 제맛인데 우리한테는 없으니…” 하자 학자는 “소금하고 후추는 우리 집에 좀 있네” 하고는, 다른 양념 몇 가지를 더 챙겨서 돌아옵니다. 아낙네는 당근을 가져오고, 농부는 양파를 가져오고 또 다른 사람은 버섯에 국수에 완두콩에 배추까지 들고 옵니다.? “한 사람이 마음을 열고 자기 것을 내놓자 다음 사람들은 더 많이 내놓았어. 그래서 국은 건더기가 많아졌고 맛도 훨씬 더 좋아졌지.” 도서관에 오셔서 자원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아졌습니다. 그런 분들이 자원활동가(自願活動家)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도서관의 친구들(friends of library)'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끓이고 있는 돌멩이국에 건더기가 많아지고 맛도 좋아지도록, 이 분들이 자신의 재능을 듬뿍 내놓을 수 있도록 돗자리를 펴주십시오. 단순히 청소나 하고 허드렛일만 하도록 내버려 두시지 마시고 말입니다.? 흔히 거너번스(governance)라고도 일컬어지는 민관협력(民官協力)이란 정부와 기업과 시민사회가 상호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민의 틀이 민관의 틀로 바뀐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관은 민이 제한적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고들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각 주체들이 맡고 있었던 제한적 역할을 극복하고 수평적 협력과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각 영역이 지니고 있었던 잠재적 에너지가 통합되고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우울할 정도로 재미없는 사회가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뭔가 살 만한 느낌을 갖게 하는 역동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면, 지금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민관협력 사례들을 만들어내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주제가 되어 있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협력은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부천, 순천 등등의 사례가 많이 거론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사례가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소중하게 여기고,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서관 문제 해결에 주민의 적극성을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주민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집 앞에도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시민들의 순정한 상상을 묵살하지 말아야 합니다.? 흔히 도서관과 관련된 이슈 가운데 널리 언급되는 말로서 ‘걸어서 10분 이내의 도서관’(황민호 기자의 시리즈 보도에 소개된 네덜란드 식이라면 ‘자전거 타고 5분 이내의 도서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걸어서 10분 이내의 도서관’은 말 그대로 도서관의 접근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접근성이란 대략 인구 1만 명당 1개교가 있는 초등학교 정도의 수준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걸어서 10분 이내의 도서관’이란 시민들의 생활 속에 존재하는 도서관을 말합니다. ‘걸어서 10분 이내의 도서관’은 바로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드러내는 말이며, 새로운 도서관문화의 가능성을 열어나가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입니다. ‘걸어서 10분 이내의 도서관’의 가능성을 실현시켜 나가는 것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힘이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일 것입니다. 7. 이제 국을 다 끓였습니다. 여러분도 느껴집니까? 돌멩이국의 냄새. 사람이 사람답게 좀 살만한 사람냄새 말입니다.? 국이 다 끓여졌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은 둘러앉아 함께 나누어 먹는 일입니다. 마을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환하게 등불을 밝히고 서로 서로 가지고 온 떡과 밥을 나누어 먹으며 그림자극도 보고 노래도 부르고 밤이 깊도록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너그러움과 넉넉함이 되살아납니다. 서로 나누면 모두가 넉넉해진다는 어떤 진리를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이 연찬회를 통해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바로 이 마을잔치로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나눔의 정신, 공동체의 정신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도서관문화의 발전이라는 비전의 측면에서 보면, 그것은 도서관 협력망, 혹은 도서관 시스템(library system)일 듯싶습니다.? 아래에 붙여놓은 황민호 기자의 글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네덜란드, 인구 80여 만밖에 되지 않는 중소도시 암스테르담에는 약자와 소외된 자의 깊숙한 배려가 일상화되어 있었다. 바로 그것을 대표하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자전거도로와 도서관 시스템이다.” “자전거 도로가 네덜란드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띄는 시스템이라면, 거미줄처럼 쫙 퍼져 있는 공공도서관 망은 잘 눈에 띄지 않는 시스템이다.”라고 말입니다.? 8. ‘만인을 위한 도서관(libraries for all)'을 위해서는 거미줄처럼 짜여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만인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말은 미국 시애틀 시가 만들어서 추진했던 도서관 발전 계획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계획은 매우 신중하게 준비되었습니다.? 참고로 시애틀 시(www.seattle.gov)가 내놓은 2000년의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구는 563,374명, 가구수는 258,499, 1가구 당 평균 수입은 45,736달러, 빈곤인구는 64,068명, 성인 인구 가운데 대학 졸업자 비율이 53,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시애틀 시의 인구 50여만 명의 수준이라는 것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1개 자치구(서울의 25개 자치구의 평균인구 414,248명, *이하 인구는 2004년 통계청이 내놓은 통계임)와 비교해보거나 혹은 제주특별자치도(557,235명), 의정부시(414,030명), 성남시 분당구(445,792), 안양시(629,659), 남양주시(475,733명), 평택시(406,052명), 안산시(723,075명), 화성시(329,312명), 등과 같은 수도권의 도시들, 혹은 충청도의 청주시(630,637명), 천안시(531,193명), 전라도의 전주시(627,443명)나 여수(298,825명), 순천(271,164명), 광양(139,020명) 권의 도시들, 경상도의 포항시(507,674명), 창원시(509,535명), 마산시(424,727명), 김해시(461,925명), 진주시(335,637명) 등의 도시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전체 인구나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이런 단순비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하나의 훌륭한 참조는 될 것입니다.? 이 계획은 6년 넘게 수천 시간이 소요된 지역 회의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지역회의가 전 지역에서 열렸습니다. 이 회의를 통해 주민들이 도서관에 대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도서관이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가를 토론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구체적인 도서관 서비스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1998년 10년 동안 추진할 도서관계획을 만들어내었고, 이 계획은 지금도 계속 추진되고 있습니다.? 9. 시애틀에서는 ‘만인을 위한 도서관’ 계획을 통해 기존의 작은도서관 프로그램 공간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났고 기존의 도서관 22개관을 모두 시설 개보수를 하였으며, 새로이 도서관 건립이 필요한 곳 3곳에 도서관을 신축하였으며, 중앙도서관을 새롭게 지어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운영예산과 시민들의 지원을 끌어냈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제가 생각한 것은 어디에 어떤 마을도서관을 새롭게 건립하고, 또 어떤 도서관에 어떤 프로그램을 위해 공간을 확장하며 개보수를 실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그 과정이며, 이러한 결정 과정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마을도서관에 대한 비전입니다.? "마을도서관은 마을 회의 장소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시민들이 시애틀 공공도서관의 책과 자료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과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또한 책 읽기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집에서 가까운 장소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요구에 맞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기능은 마을도서관이 지역의 ‘거실’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방문자들은 따뜻함, 환영하는 얼굴, 그리고 마을의 특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0. 이제 우리의 지방자치단체는 미국의 시애틀 시가 추진해온 ‘만인을 위한 도서관’과 같은 계획을 만들어내고 있고 또 그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돌멩이국을 끓여 온 동네 사람들이, 온 시민들이 둘러앉아 함께 그 맛을 보고자 하는 열망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서관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할까 하는 궁리와 구체적인 실천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혹은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도서관만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모든 사람에게 도서관의 맛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하자는 비전도 있습니다. 도서관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있는 민과 관이 이 비전을 공유한다면 우리는 도서관문화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