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6-09-26] ‘희망의 도서관’ 1호 문 열었다 경기 가평 상면초교에…학생들 “너무 예뻐요”
농촌 학교의 가난한 제자들이 책으로 미래의 희망을 싹틔우길 바랐던 한 교사의 꿈이 꽃을 피웠다. 25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상면초등학교에서는 청우도서관 새 단장 행사가 열렸다. 청우도서관은 이 학교에서 처음 교단에 섰던 이인순 교사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퇴직금을 기탁해 1984년 만들어진 도서관.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책읽는사회, 삼성, <한겨레>가 함께 추진 중인 ‘희망의 작은도서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개관식 날 이 학교 아이들은 새로 만든 도서관을 구경하느라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웃음꽃을 피웠다. 4학년인 어수진, 한현경, 이혜경양은 빨간색 출입구를 지나 도서관에 들어서며 “너무 예뻐요”라고 소리쳤다. 5학년 강선구(12)군도 “도서관을 만들 때 시끄럽고 냄새가 나 수업을 밖에서 많이 해서 불편했지만 놀이터 같은 도서관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좋아했다.
처음으로 선을 보인 ‘희망의 작은 도서관’은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전문업체인 아인아이디가 1개월에 걸쳐 설계와 시공을 맡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서가는 아이들이 쉽게 책을 뺄 수 있도록 110㎝로 높이를 맞췄고, 도서관 창가 쪽에 자리한 서가는 의자로도 쓸 수 있게 했다. 서가에는 1000여권의 새책도 채워 넣었다. 특히 도서관 한 켠에는 다락방과 함께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어 영화를 보거나 예술 행사를 발표하는 무대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출입구 쪽에는 청우도서관을 만든 고 이인순 선생를 기리는 기념물도 설치했다. 또 관사에서 생활하는 교사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북카페 같은 구실을 하는 공간도 만들었다. 이날 개관식은 이 학교 아이들에게 작은 문화축제로 꾸며졌다. 아이들은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복도 한켠에 자신들이 꿈꾸는 도서관을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침대가 있어서 잠을 잘 수 있는 도서관, 책을 보다 배가 고플 때를 위해 빵집이 들어 있는 도서관, 물고기가 함께 노는 도서관 등의 그림은 손님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바이올린·리코더 연주회도 열었고, 도서관을 주제로 한 글짓기 발표 시간도 마련됐다. 4학년 천가영양은 ‘새로운 친구가 한명 더 생긴다. 쓰레기나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가면 안되겠다. 새로운 친구의 마음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라고 썼고, 같은 반 안나훈군은 ‘멋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맘에 쏙 들었다. 많이 많이 이용할 거다’라고 다짐하는 글을 썼다. 이날 상면초에는 청우도서관을 만든 고 이인순 교사의 딸 최나리씨와 은철 가평교육장, 역대 교장 5명, 가평군 안 초등학교 교장 13명 등 부근 교육계 인사들이 참석해 개관을 축하했다. 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다른 초등학교 교장들과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이해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정태기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등 30여명의 외부 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개관식에서 최씨는 “어머니의 뜻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너무 좋아하셨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해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자라는 아이들에게 책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며 “청우도서관에서 이 학교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을 키워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평/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