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사회"의 위기
-- 4개 중앙 일간지, 일제히 사설에 올려
새해 벽두, ‘책 읽는 사회’와 관련해서 중앙 일간지의 사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국민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1월 4일자, [서울신문] 1월 5일자의 사설 들이다. 통계청이 3일에 발표한 ‘2004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나타난 자료가 이들 사설의 기본적인 ‘팩트’다. 2003년 한해 동안 출간된 신간서적(만화 제외)은 7천8백만 권으로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 1억8천8백만 권보다 58.6%나 급감했다는 것이 기본내용이다. 이런 통계치와 “미국 출판통계사 보커의 발표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의 도서출판은 19% 증가”했으며, “중국도 2003년 12%의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 출판산업의 불황은 두드러져 보인다. 출판 불황의 밑바탕에는 경제 불황이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출판 불황을 드러내는 통계치의 내용은 주요 일간지의 논설위원들이 일제히 붓을 들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런 출판 불황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대책은 무엇인가. 각 일간지들은 나름대로 진단하고 또 나름대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끝없는 정쟁과 계층갈등, 만성적 실업 등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침체된 데다 디지털 문화의 확산이 삶의 여유와 독서욕구를 앗아가고 있다. 출판시장의 활력소가 돼야 할 공공도서관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도 불황을 구조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다”(경향) “진지한 자기성찰과 이성적 사유를 멀리하고, 당장의 즐거움과 쓸모를 추구하는 문화풍토” “우리 교육 문화환경” “책문화에서 인터넷 등 전자문화로의 변화”(한국) 등이 그 원인 진단이다.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것은 정부나 관련업계, 사회단체들이 앞장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 하나하나, 나아가서는 가정이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 ‘부모의 솔선수범’(서울) “우리의 독서환경을 보다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일본의 6분의 1 규모에 불과한 도서관을 대폭 선진화시키고 확대하는 일 등을 서둘러야 한다”(한국) “정부는 구호로만 문화입국을 외칠 게 아니라 출판계에 대한 지원은 물론 도서관 활성화 등 인프라 국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출판인들도 절체절명의 사명감을 갖고 분발해야 한다”(경향) “빠른 시일 내에 출판및인쇄진흥법을 개정해 출판인쇄산업이 국가 중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시책을 추진해야 한다”(국민) 등은 그 대책이다. 그런데 이런 원인 진단과 대책이 어제 오늘의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책사회’의 판단이다. 부모의 솔선수범도 중요하고 정부의 출판계 지원과 도서관 활성화, 법 정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책 읽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와 구체적인 활동이 없으면 안 될 것이다. 연초 일간지의 사설란을 채우고 있는 ‘책 안 읽는 사회’에 대한 질타나 ‘책 읽는 사회라야 희망이 있다’는 목소리가, 이 해가 끝날 무렵에는 좀더 힘이 실려 있기를 진정 바란다. "최악의 출판불황, 책 안 읽는 사회" 경향신문 사설 2005-01-04 출판시장과 독서문화는 그 사회의 지적 인프라다. 출판산업이 무너지고 ‘책 읽는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곧 그 사회의 정신적 황폐화를 의미한다. 출판 불황은 경제 불황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경제 불황도 결국 정신적 활력 없이는 헤쳐나가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신간서적 발행이 1997년에 비해 58.6%나 급감했다고 한다. 특히 91.2%나 감소한 사회과학서적을 비롯해 인문학 분야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만화나 실용서적은 도리어 발행부수가 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지적 수준을 단적으로 상징해주는 듯하다. 불황의 원인으로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책 읽을 여유가 어디 있느냐’는 이유가 첫번째로 꼽힌다. 하기야 경제가 어려워지면 문화적 소비를 줄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끝없는 정쟁과 계층갈등, 만성적 실업 등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침체된 데다 디지털 문화의 확산이 삶의 여유와 독서욕구를 앗아가고 있다. 출판시장의 활력소가 돼야 할 공공도서관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도 불황을 구조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다. 문화가 힘, 문화가 경쟁력이라고 떠들지만 정작 그 근간인 출판·독서문화, 인문학 등은 빈사상태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태로는 우리의 미래라는 ‘지식경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독서만한 투자가 없다. 책 읽기를 권장하는 기업은 희망이 있다. 성공한 리더들은 한결같이 부단한 독서 습관에서 동기를 얻었다고 말하지 않는가. 국민들의 왕성한 독서력에 힘입어 장기불황을 헤쳐나간 일본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정부는 구호로만 문화입국을 외칠 게 아니라 출판계에 대한 지원은 물론 도서관 활성화 등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출판인들도 절체절명의 사명감을 갖고 분발해야 한다.‘책 읽는 사회’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음을 모두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책 읽는 사회라야 희망 있다" 한국일보 사설 2005-01-04 우수한 한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독서량이 줄고 있어 걱정이다. 도서 출판량이 준 것은 장기불황 탓도 크다고 할지라도, 독서량 자체가 줄고 있는 데 심각성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출간된 신간서적은 7,800만 권으로 1997년보다 59%나 감소했다. 또한 한국일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 해 연평균 독서량은 6.6권에 머물렀다. 지금까지 평균 독서량은 2002년에 10.0권, 1999년 9.3권, 96년 9.1권이었다. 독서 취향도 경박해지고 있다. 지식과 교양을 넓히기 위해 인내심을 지니고 읽던 인문사회과학, 철학, 종교 등의 출판량과 독서량이 동시에 줄었다. 대신 읽기 편한 문학서나 경제경영ㆍ건강ㆍ요리 등 실용서로 쏠리고 있다. 진지한 자기성찰과 이성적 사유를 멀리하고, 당장의 즐거움과 쓸모를 추구하는 문화풍토가 가볍고 위태로워 보인다. 개인이든 민족이든, 출판과 독서에서 경중(輕重)이 균형을 이룰 때 건전한 사회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우리 교육ㆍ문화환경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가 강조했던 고등학교 때까지의 독서교육이 지나치게 문학서 위주로 진행되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싶다. 인문사회과학서나 철학서 등과 균형을 맞추어, 성인이 된 후에도 폭 넓은 독서를 하도록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독서 취향이 바뀌는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책문화에서 인터넷 등 전자문화로의 변화가 깔려 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기 시작한 ‘TV 안 보기’ 운동도 의미가 작지 않지만, 우리의 독서환경을 보다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일본의 6분의 1 규모에 불과한 도서관(2003년, 국립 1개, 공립 462개)을 대폭 선진화시키고 확대하는 일 등을 서둘러야 한다. "책 안 읽는 사회엔 미래 없다" 서울신문 사설 2005-01-05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03년 국내에서 나온 새 책은 총 7800만권(만화 제외)으로, 외환위기 사태 직전인 1997년 출판량의 41.4%에 그쳤다고 한다. 불과 6년새 출판물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사회과학 서적의 신간은 10분의1 이하로 줄어든 현상을 대하면서 이러다가 우리 사회의 지식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첨단 미디어매체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영상물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지만, 한 사회가 개발·축적한 지식과 감성의 전달수단으로 책만큼 유효하고도 간편한 것은 아직 없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누구라도 입만 열면 ‘지식기반 사회’라느니,‘콘텐츠가 경쟁력’이라느니 지식과 창의력을 강조하는 시대이다. 그러면서도 막상 그 원천인 책을 홀대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정부나 관련업계, 사회단체들이 앞장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 하나하나, 나아가서는 가정이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 자녀에게 독서를 강요하지만 말고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사주면서 자신이 볼 책도 함께 고르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가장 효과 있는 교육인 것은 독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 한 사회의 경쟁력은 다양한 지식의 축적과 이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서 나온다. 그 바탕이 되는 독서는 이제 개인 취미의 차원을 넘어서는 생존의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책 읽는 국가라야 부흥한다" 국민일보 사설 2005-01-04 2003년 한해 동안 출간된 신간 서적(만화 제외)은 7800여만 권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의 1억8800만권보다 58.6%나 급감했다는 보도다. 사회 전반이 불황으로 허덕이고 있지만 지식기반시대로 일컬어지는 2000년대의 출판현황이 1990년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중 사회과학 서적은 10분의 1도 안되는 물량을 기록했고 철학과 종교분야 신간도 각각 54.8%와 33%의 감소율을 보여 사회 전체적으로 사회과학과 철학의 빈곤을 드러냈다. 그런가하면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지난해의 매출이 1981년 문을 연 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현상이다. 판매가 늘어난 부문은 경제 경영서나 외국어 학습서 등 실용서일 뿐 인문서와 예술서 등은 작게는 2%에서 많게는 9% 가까이 판매 부수가 감소했다. 한 마디로 말해 책 읽는 힘은 국력이다. 미국 출판통계사 보커의 발표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의 도서출판은 19% 증가했다. 전기,역사,종교서적과 청소년도서의 성장이 돋보인다. 중국도 2003년에 12%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국은 사상,항공,우주과학 분야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읽는 힘이 왕성한 나라는 경제적 활력이 넘치고 읽는 힘이 쇠퇴하는 나라는 불황에 허덕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이런 독서쇠퇴 현상을 두고만 봐서는 안된다. 빠른 시일 내에 출판 및 인쇄진흥법을 개정해 출판인쇄산업이 국가 중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시책을 추진해야 한다. 올해는 타이베이 도서전(2월)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10월)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돼 우리나라 출판산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독서 새물결 운동’등 다양한 독서진흥 운동과 해외진출 지원사업 등을 통해 내수 진작과 해외 진출에 국가적 힘을 기울여야 한다. 출판시장 '사상 최악' 경향신문 2005-01-03 국내 출판시장이 사상 최악의 불황에 직면한 가운데 출판계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서적은 정부보조금 없이는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서인구가 급감한 반면 만화와 기술과학 분야는 외환위기 전보다 발행부수가 늘어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03년 한해동안 출간된 신간서적(만화 제외)은 7천8백만권으로 외환위기 전인 1997년(1억8천8백만권)보다 58.6%나 급감했다. 이중 97년 7천4백만권이 발행된 사회과학 서적은 2003년에는 10분지 1도 안되는 6백49만권을 찍어내는 데 그쳐 최대 감소폭(-91.2%)을 기록했다. 철학과 종교분야 신간발행 물량도 각각 54.8%와 33.0%의 감소율을 나타내 사회 전체적으로 극심한‘철학의 빈곤'을 드러냈다. 예술분야 신간발행은 21.1% 줄었으며 학습지와 어학 관련 서적도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한‘e러닝’의 확산속에 각각 65.5%, 23.7% 감소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종진 사무국장은 “국민들의 독서경향이 실용서 위주로 바뀌었고, 절대시간을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빼앗기는 등 ‘책읽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술과학(28.6%) 등 실용서 분야는 출판시장의 위축속에도 20% 이상 신장세를 보였고, 만화도 신간발행이 97년 2천3백만권에서 2003년 3천3백만권으로 41.3% 늘었다. 역사서적은 감소폭이 4.4%에 그쳤고, 문학관련 서적의 신간발행은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인문학 분야치고는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역사분야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 반짝 특수효과가 있었고, 문학서적도 문예예술진흥기금 등 정부보조금이 만든 ‘통계의 착시’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