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 2004-12-23
교보문고마저 찬바람 … 출판시장 꽁꽁 얼어붙나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어떤 곳입니까? 국내 서점의 상징 아닙니까. 거기마저 그러니…" 22일 한 출판사 관계자는 탄식을 터뜨렸다. 이날 교보문고 서울 광화 문점이 1981년 문을 연 이래 23년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소식를 접하고서다. 지금같은 불황에 서점 한 곳의 매출이 줄었다고 왠 호들갑이냐 싶지 만 광화문점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그 탄식에 동조할 수 밖에 없다. 광화문점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에도 소폭이나마 매출이 늘었던 곳이다. 출판계에서 말하는 이른바'사상 최악의 불황'이 결코 엄살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인 셈이다. 줄어든 외형 만큼이나 내용도 좋지 않다. '2004 교보문고 판매동향' 에 따르면 그나마 판매가 늘어난 책들은 경제.경영서나 외국어.학습 서 등 모두 실용서들이다. 반면 소설은 지난해에 비해 11.8%, 인문서는 2.7%, 예술서는 8.9%가 줄었다. 불황을 맞아 실용서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진 양상이다. 심지 어 우리 사회 특유의 교육열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유아.아 동서 매출도 이번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오프라인 서점의 대안이라는 온라인 서점마저 성장이 꺾이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의 경우 올해 매출 신장률은 11.6%으로 지난해의 절 반 가량에 그쳤다. 교보는 그래도 좀 낫다. 교보는 신규점포 등에 힘입어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성장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교보가 재채기하면 독감에 걸린 다'는 중소서점들과 출판사들에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중소 출판 사 사람들을 만나보면 체감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고들 한다"고 말 했다. 지금의 출판계는 단순한 호.불황의 경기 사이클을 넘어 시장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벌써부터 상당수 출판사들이 출간 종수를 대폭 줄이고, 당장 '팔릴만한 책'에 집중하 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출판시장은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 부 실해져 다시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업계든 정부든 모두 힘을 모아'책 읽는 사회'를 위한 장기 대책을 마 련할 때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