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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조선일보 2006-03-23] 이렇게 재밌는 과학책 보셨나요?


  • [조선일보 2006-03-23]

    이렇게 재밌는 과학책 보셨나요?

    ‘그림책’같은 과학교과서 만든 선생님과 디자이너들

    “블랙홀·나노 이론까지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죠”


    중·고교 과학선생님과 디자이너들이 손잡고 ‘일’을 냈다. 핑핑 돌아가는 21세기 인터넷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고 50년간 제자리 걸음하는 듯한 초·중·고 과학 교과서들을 뜯어고쳐 새로 써냈다. 문제를 절감하던 현직 선생님들은 목마른 자가 우물 파는 심정으로 ‘살아있는 과학교과서’(전2권·휴머니스트)를 직접 써서 펴냈다. 홍준의(한성과학고)·최후남(잠실중)·고현덕(자양중)·김태일(신암중) 교사 등 4명이 책을 썼다. 그래픽과 일러스트, 사진에도 전문가들이 총동원됐다. 작업엔 4년이 꼬박 걸렸다. 22일 한자리에 모인 신개념 과학교과서의 주역들은 옷 차림새부터가 자유분방했다.

    “신문·방송 뉴스에서는 ‘나노 과학’ ‘블랙홀’ 같은 말들이 넘쳐나도 과학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그만큼 실생활과 동떨어지고, 맥락 없는 법칙·이론·공식이 툭툭 튀어나오는 과학 교과서 때문에 학생들이 과학의 소화불량에 걸린다고 우린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총 3억원의 편찬비용 중 절반 가량이 삽화 그래픽 등 이미지를 만드는 데 들었다. 책엔 모두 260여 컷의 공들인 일러스트가 실렸다. 그래픽 전문집단 AGI의 김영철 대표는 “젖먹이 때부터 TV 컴퓨터와 함께 놀고, 지금은 온갖 3차원 그래픽들을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구닥다리 그림이 먹히겠느냐”고 했다. 그는 “글·그림·사진이 하나로 연결되는 입체적 편집디자인을 목표로 했으며,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 지식을 체계적·효율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팀원 중 가장 많은 140여 컷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박현정씨는 “이미지 작업에 1년이 꼬박 걸렸는데 6개월은 밤을 새우다시피 했어요”라고 했다.

    과학선생님들은 종전처럼 물리·화학·생물·지학으로 쪼개진 과학을 거부하고 이른바 ‘통합과학’을 지향하며 책을 썼다. 즉, 제1권의 ‘열’ 단원을 보면 소단원이 각각 ‘물질의 상태를 바꾸는 열’(물리) ‘온도와 열의 이동’(화학) ‘동물의 체온 유지’(생물) ‘대기 중의 열 순환’(지학)이다. “우리나라 과학 책의 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자부합니다.”(책의 3D 일러스트를 담당한 이형수씨)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과학 시간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이 책은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의 기본적인 두 질문인 ‘왜’와 ‘어떻게’를 묻도록 만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조롭고 딱딱한 ‘경전’으로서의 교과서가 아닌, 화려하고 즐거움을 주는 ‘잡지’ 같은 교과서를 만든 이들의 소망은 하나,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이다. “대박 나면 갈라파고스 섬에 보내 준다고 했거든요.”(일동 웃음).

    신용관 기자 qq@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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