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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25
    드리나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中에서

  •     르자브는 아주 점잖은 신사란다. 드리나가 곰살궂게 절벽 주변에서 찰싹거리며 말한다. 해마다 봄이면 발끈하는 성미가 발동해서 강둑을 넘어서는 적도 있지만 말이야. 그러면 물살이 빨라지니까 그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서 댐이 드리나 님의 입을 막는 것이군요. 그래, 두려워서 그런 거지. 드리나가 고백한다. 드리나는 겨울 추위도 당당히 맞서고 가을비에는 동요도 하지 않지만, 총성들이 우리에게 전쟁을 옮기게 될까 봐 두렵다고 한다. 암벽에 기대며 드리나는 한탄한다. 난 수없이 많은 전쟁을 겪었고, 전쟁은 매번 벌어질 때마다 그 전에 일어났던 전쟁보다 더욱 끔찍해졌단다. 드리나는 너무나 많은 시체들을 실어 날라야 했고, 폭파된 다리에서 떨어진 너무나 많은 잔해들이 드리나의 밑바닥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었다. 강가에서는 암울해진다는 드리나의 말을, 사라지고 없는 다리의 잔해만큼 고통스러워하는 건 세상에 없다는 드리나의 말을 나는 믿을 수밖에 없다. 또한 드리나는 숨을 수도 없었고, 눈앞에서 어떤 죄악이 벌어져도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드리나가 분노로 물거품을 일으키며 말한다. 나는 눈꺼풀도 없잖니! 나는 잠을 잘 수도 없고, 아무도 구할 수 없고, 아무것도 막아낼 수 없어. 강둑에 매달리고 싶지만 아무것도 꼭 붙잡을 수가 없어. 나는 끔찍한 것들의 총체일 뿐이야. 무한한 삶을 살아왔지만 손 하나도 갖지 못했다고! 사랑에 빠져도 입맞출 수 없고, 행복할 때 아코디언을 연주할 수도 없지. 그래, 알렉산다르. 내게는 광활한 시야가 있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광활한 시야가.

        한 번, 두 번. 찌가 움직인다. 나는 세 번째 입질을 예감하며 일어선다. 찌가 완전히 물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반동을 주자 곧바로 낚싯대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줄을 좀 풀어주었다가 다시 힘껏 당긴다. 그리고 나는 안다. 녀석을 잡았다는 걸. 금세 지치는 이 녀석은 어린 연어다. 내가 녀석을 드리나에게로 다시 돌려보내자 드리나는 녀석이 포물선을 그리며 한 번 뛰어오르게 해준다.

     

     

    - 사샤 스타니시치.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정지인 역. 낭기열라, 2009. 28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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